[퍼거슨 사태… 이틀째 시위] 퍼거슨 대배심 후폭풍… 美언론 "검찰이 不起訴(불기소) 유도한 정황"

    입력 : 2014.11.27 05:29

    -배심원에 떠넘긴 증거 수집
    60명 증인, 70시간 동안 증언… 엇갈리는 발언들이 배심원 판단 흐리게 해

    -非정상적으로 긴 이상한 대배심
    3개월 동안 25차례 소집… 불기소 공정성 강조 '꼼수 의혹'

    -백인 경관에만 자기 변호 기회
    통상 피의자 본인 증언 안들어… 백인 경관은 4시간 동안 발언

    비무장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찰에게 '면죄부(대배심의 불기소 결정)'를 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 사법 당국이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불기소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을 넘어, 미국 주요 언론들이 학계 전문가와 손잡고 일제히 대배심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 나서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우선 대배심 절차상 하자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대배심은 3개월 동안 25차례 소집됐고, 60명의 증인이 총 70시간 동안 증언했다. 아무리 민감한 사건이라지만, "비정상적으로 긴 이상한 절차(unusual process)"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증거 수집 등 검찰 선에서 끝내야 할 절차까지 증인과 배심원들에게 떠넘기고 질질 끌어 판단력을 흐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photo
    아들 잃은 아버지는 평화 호소, 죽인 백인 경찰은 "난 떳떳" - 고(故) 마이클 브라운의 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위 사진 왼쪽서 둘째)가 25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아들이 지난 8월 사살될 당시 썼던 것과 같은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다. 유족은“대배심이 불공정했다”면서도“자동차를 불태우는 게 방법은 아니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가해 경찰 대런 윌슨(아래 사진 맨 오른쪽)은 ABC 뉴스에 출연해“나는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AP 뉴시스

    생업에 종사하다 무작위로 선발된 배심원들은 증언뿐 아니라 법의학 보고서, 무전기 접속 기록, 의학 보고서, FBI 구술 테이프 등 온갖 기록을 들여다봐야 했다. 처음에는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몰랐다"고 한결같이 말했던 증인들의 말은 증언대에 서고 또 서면서 "경관이 쫓아가는 걸 봤다" "마이클 브라운은 손을 들지 않았다"로 진화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5일 "이런 증언의 불일치가 배심원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했다. 증인들은 적지 않았지만 목격 장소는 차창 밖, 아파트 창문, 베란다 등 제각각이었다. 게다가 정작 핵심인 경찰차 대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술이 빠졌다. "말이 자꾸 바뀌고 서로 상충할 경우 배심원으로서는 윌슨의 일관된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WP는 지적했다.

    대런 윌슨 경관이 한 "마이클 브라운이 덤벼들려 할 때 악마 같았다" "나는 헐크 호건과 레슬링하는 꼬마 같았다" 등의 진술에 대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배심원들에게 동정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흑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으로 무리하게 총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대배심을 지휘한 검사 밥 매컬로크의 아버지는 경찰 근무 중 흑인 총에 맞아 순직했다. 그의 경찰에 대한 충성심은 정말 특별하다"며 그가 '개인사'에 휘둘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주 판사를 지낸 법조인 솔 와틀러는 "검사는 대배심에서 자신이 원한다면 햄샌드위치도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결국 검사의 기소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美 언론·학계가 제기한 퍼거슨 대배심의 문제.

    WP는 또 사건 당일 경찰 자체 조사 문건을 입수, "윌슨은 브라운을 사살한 뒤 혼자 경찰서로 복귀해 피투성이가 된 손을 씻었고, 사건 조사관은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사살 현장을 사진에 담지도 않는 등 후속 처리가 엉망이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배심 결정에 이례적으로 외국 정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흑인 여성인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토비라 법무장관은 SNS에 "미국 사법제도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실망스럽다. 아이들이 자라기도 전에 죽인다니…"라고 썼다. 미국이 '인권 후진국' 취급해온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인권 존중에 실패한 미국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주(州) 사법 당국의 '면죄부'가 역풍을 맞으면서, 연방 정부가 진행 중인 별도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퍼거슨 경찰이 인종적 편견으로 브라운을 무리하게 범죄자로 추정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면서, 윌슨을 헌법이 보장한 '시민평등권' 박탈 혐의로 형사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