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18일(현지 시각)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의 핵심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안보리에 요청키로 했다는 점이다. 또 북한의 반(反)인도적 범죄가 '최고위층(The highest level)'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도 명시했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인권 압박이 당분간 남·북 및 미·북 관계 경색 등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카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 고위층 '표적 제재' 포함

유엔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북한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담았다는 점에서 과거와 구별된다. 14개 항 결의안 중 핵심은 제7·8항이다. 7항은 북한에서 '지난 수십 년간' '최고위층'이 구축해온 정책에 따라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돼 왔다고 했다. 8항에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안보리에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김정은의 실명이나 '최고지도자' 등의 표현은 없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최명남(스크린 왼쪽) 북한 외무성 부국장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반대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날 회원국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탈출한 탈북 인권운동가 신동혁(가운데)씨가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참석,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결의안은 특히 안보리로 하여금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련의 '효과적인 표적 제재'를 가하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결의안 내용대로 될 경우 기존의 유엔 경제제재 조치와 맞물려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결의안은 이 밖에도 북한의 인권 침해가 '장기적이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외국인을 포함한 사람들에 대한 납치, 본국 송환 거부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의안은 다만 북한이 최근 인권 대화를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했다.

◇김정은 등 제소는 어려워

결의안이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김정은의 ICC 제소 등 현실적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18일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의안의 본회의 통과만으로도 북한엔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유엔이 북한 최고위층을 '국제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 또 결의안이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의안은 '북한 인권 상황을 차기 유엔총회에서도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오준 유엔대표부 대사는 "ICC 회부 결의는 올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북한이 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화를 중단할 경우 내년과 후년 결의안은 올해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어느 나라가 국제적 범죄자와 정상회담을 하려 들겠느냐"며 "집권 기반이 아직 불안정한 김정은과 북한 입장에서는 뼈아픈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유동렬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이 고립무원 상태가 될수록 장기적으로는 남한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인권 압박 자체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