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통일 대박'의 첫걸음, 통일 금융 靑寫眞(청사진)

입력 2014.11.20 05:58

獨 위주 탈피, 다양한 사례 참고 로드맵 만들어 公論化 고무적
北 개발 재원 조달 방안 마련, 貨幣 통합 신중한 접근 바람
직북한 과도기 복지정책 포함한 전반적 통일경제 정책 나와야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통일 대박'이라는 연초(年初)의 화두는 통일에 대한 국내의 소극적 사고를 전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남북한 경제통합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대단히 좋은 기회이며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다만 그 통합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어떤 정책이 추진될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이 많아 현재로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의 주요인으로 고려하지는 않는 듯하다.

한반도 통일에 관한 국제금융계의 우려는 마땅한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의 사례는 정치·외교·사회적 관점에서는 한국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현실성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독일의 경우 당시 소련이라는 변수 때문에 전격적 통일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인식되었고, 따라서 동서독 소득 격차를 급속히 줄이는 것이 통일정책의 핵심이자 전제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증세(增稅)와 국채 발행으로 소득 보조금을 대규모로 동독에 지원했고 동독에 관대한 교환 비율로 화폐 통합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금리 상승과 독일 통화가 강세가 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큰 경제적 혼란 없이 흡수 통일을 이루었다. 하지만 남북한은 동서독에 비해 소득 격차는 7배 이상인 반면 인구 격차는 절반에 불과하므로 한국이 보조금 위주의 독일식 통일을 추구한다면 독일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 분단이 지난 70여년간과 같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투자가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성공적인 시장경제 개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는 이미 설 자리를 잃었고 북한에서도 수년 전 화폐개혁의 실패가 보여주듯이 그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지속적인 경제 교류를 통해 점진적 경제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북한의 내부 정치 상황으로 현실적 어려움이 너무 많다.

통일 금융의 최초 청사진이 금융위원회 주도로 나온 것은 이런 점에서 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 청사진이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동서독 통합 모델을 금과옥조로 삼던 도그마에서 벗어나 러시아·중국·베트남 등 여러 체제 전환 국가들의 발전과 이행의 다양한 사례에서 각각의 시사점을 참고하였다. 이는 급진적 또는 점진적 통일이냐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반도 경제통합시 정부와 금융 당국이 북한 경제의 발전과 이행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경제통합 기간에 효율적 자원 배분의 기본인 시장 금융제도를 도입하고 도로·철도·전력의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며 사유재산권과 계약 보호 등 법적 기반의 확립을 꾀하고 있다. 개성공단과 같은 북한 제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민간투자 활성화로 점진적으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며 이에 소요되는 개발 재원을 5000억달러로 추정하여 구체적인 조달 방안을 설계해 놓았다. 시장경제 개혁을 한 구(舊)공산주의 국가들의 생활수준이 생산성 향상과 통화 절상 등으로 15년 사이에 평균 10배 정도 향상된 사례로 보아 이러한 정책의 성과로 북한의 1인당 소득도 그 정도 기간에 1만달러 정도까지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청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제도 정비와 운영 방안인 듯하다. 화폐 통합 문제는 양국 경제력 격차 등의 경제적 측면을 포함하여 종합적 시각에서 결정한다는 기본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신중하고 적절한 접근이다. 경제통합기에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정책의 유연성을 보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초기부터 생산성과 경제 구조의 차이를 무시하고 단일 통화를 도입하게 되면 북한 지역에 대규모 실업을 초래하여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심각한 치안 문제를 야기해서 통합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또 공동 통화를 일단 쓰게 되면 유로권의 최근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통합에 따르는 많은 경제적·정치적 압력이 한국은행과 한국 정부에 집중되게 되고 통화량 급증, 물가와 환율 폭등 등 거시경제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커진다.

통일 대박은 가능하지만 그냥 운 좋게 되는 것은 아니다. 통일 금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설사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이를 따르기 어려울 수 있다. 구체적 통합 정책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벽에 부딪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경제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정책이 추진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통일 금융 청사진의 발표와 공론화는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통일 금융 이외에도 앞으로 경제통합 기간 중 북한의 과도기 복지정책을 포함한 전반적 통일 경제정책의 골격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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