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에서 수학·영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되고, 영어와 생명과학Ⅱ에서는 오류 지적이 이어지면서 수험생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수능이 쉬웠는데 오류 논란을 빚은 문항을 복수로 정답 처리하면 표준점수나 등급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전부터 영어 25번 문항을 둘러싸고 "정답을 복수로 인정하면 절대 안 된다"는 수험생 의견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 수험생은 "정답이 2개 있으면 만점자가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표준점수나 등급이 떨어지게 될지 모른다"며 "안 그래도 '물수능'이라 부를 만큼 영어가 쉬웠는데, 이렇게 되면 도대체 정시를 어떻게 지원하란 말이냐"며 불안해했다.
입시기관들이 예측한 영어 만점자 비율은 3.7~4% 사이로, 1등급 추정 커트라인은 98점(원점수)이다. 만약 25번 문항을 오류로 인정해 정답이 2개 있다고 처리하면 표준점수는 내려가고 등급 커트라인도 올라갈 수 있다.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한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게 입시기관들 분석이다. 이과생이 치른 수학B형 1등급 커트라인이 100점, 만점자 비율이 4%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쉽게 출제돼 과학탐구가 올해 대입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떠올랐는데, 생명과학II 8번 문항의 정답을 복수로 인정하면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생명과학Ⅱ는 대체로 서울대·연고대나 의대를 지원하는 최상위권 이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과목인데, 가채점 결과 이 문항 정답률이 매우 낮았다"며 "그런데 정답이 바뀌거나 복수 정답으로 처리될 경우 이과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에도 가채점 점수를 믿지 못하고 '수시전형으로 가자'며 수시모집에 관심을 돌리는 상황이다. 15~16일 논술고사를 실시한 단국대(죽전)의 경우 논술 응시율은 자연계열 79.4%, 인문계열 85.2%로, 지난해보다 각각 12.1%포인트, 33%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서강대 등 다른 대학들도 50%대의 응시율을 나타내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모집 인원이 전년 대비 9772명 감소한 것에 비하면 관심이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