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시 30분(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국제공항 제3여객터미널. 24시간 운영하는 면세점은 이 시간에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파는 매장은 아랍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 두바이 전통 시장인 '수크'에 온 것 같았다.

아랍에미리트는 이슬람 국가인데도 공항에 맥주 바를 열었다. 면세점 통로 가운데 열린 스시 바에서는 일본인 주방장이 바쁘게 초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옆에 설치된 수면 의자에는 장시간 비행에 지친 환승객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모두 인천공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14일 새벽에도 두바이공항 제3터미널은 세계 각국에서 온 승객들로 붐볐다. 게이트 옆 수면 의자에는 환승객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오전 시간대에 승객이 몰리는 인천공항과 달리 두바이공항은 온종일 붐비는 공항이다. 싱가포르에서 일한다는 영국인 아만다 트위스(Twiss·46)씨는 "원래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환승했는데 요즘은 두바이를 통해 오간다"며 "프랑크푸르트공항보다 볼 것도 많고 살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배우던 두바이공항

두바이공항은 2006년부터 인천공항에 서비스 노하우를 배우러 왔었다. 그런 두바이공항이 국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과 함께 성장을 거듭해 올해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제치고 국제선 여객 세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여객 수가 2002년 1490만명(16위)에서 지난해 6588만명(2위)을 기록했고 올해 세계 공항 최초로 7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허브(hub·거점) 공항의 중요 지표인 환승률은 53% 수준이다.

반면 인천공항은 국제선 여객이 2002년 1939만명(10위)에서 지난해 4079만명(9위)으로 늘었지만 순위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올해도 4500만명 수준으로 4년째 9위에 머무를 전망이다. 환승률은 지난해 20% 가까이 올라갔다가 계속 떨어져 15%에 그치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해마다 직원을 파견해 인천공항을 배우려고 했던 두바이가 이제는 벤치마킹해야 할 상대가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항공 승객의 '블랙홀'

두바이공항과 에미레이트항공은 전 세계 항공 승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불린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다양한 노선과 최신형 대형 항공기,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그 바람에 인천공항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타격을 입고 있다. 두바이에서 환승할 경우 유럽 운임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미레이트항공의 유럽 노선은 대한항공(13곳)보다 많은 38개 도시에 취항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여행 가는 대학생들도 두바이 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몰디브 등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도 두바이를 거쳐 가는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두바이 노선을 이용한 우리나라 승객 36만4000명 중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한 승객은 29만3000명으로, 대한항공(7만1000명)의 4배가 넘는다.

국제항공통계시스템(MIDT)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동북아~유럽 노선 환승객 점유율은 2009년 22.8%(28만명)에서 지난해 11.3%(26만명)로 4년 새 반 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두바이공항은 26%(32만명)에서 44.1%(99만명)로 이 구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진서 부연구위원은 "독일의 루프트한자나 호주의 콴타스 등 쟁쟁한 항공사도 두바이 쇼크에 휘청거리는 상황"이라며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공사 측이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