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9개 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잡아낸 전인지(20)가 불꽃 같은 역전 드라마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마지막 승부 '2014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6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6276야드)에서 열린 '2014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올 한 해 뜨거운 우승 경쟁을 벌이며 실력과 인기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도약한 KLPGA답게 이날도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의 명승부가 벌어졌다. 휴일을 맞아 골프장을 찾은 1만여명의 골프팬은 후반 들어 숨 막히는 접전이 벌어지자 "정말 재미있게 돌아간다"며 들썩였다.
전인지는 선두 허윤경에게 3타 뒤진 공동 2위로 3라운드를 출발했다. 허윤경과 전인지, 장수화가 챔피언 조에서 나란히 플레이를 펼쳤다.
9번 홀까지 전인지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였고, 허윤경도 버디 1개로 1타를 줄여 스코어 차이가 그대로 유지됐다. 전인지가 10번 홀(파4·376야드)에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샷으로 이글을 뽑아내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140m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그린에 맞고 나서 7m 정도를 굴러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해 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마지막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기적 같은 역전으로 투어 첫 승리를 이뤘던 경험이 있는 전인지의 얼굴에는 "이번에도" 하는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파4홀 샷 이글은 그가 골프채를 잡은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지난주 ADT캡스챔피언십에서 3타차 선두로 나섰다가 연장에서 고배를 들었던 허윤경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고개를 갸웃했다.
기세가 오른 전인지는 이어진 11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허윤경이 14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다시 1타차로 앞서가자, 전인지는 15번 홀(파5)에서 8m 긴 버디 퍼트에 성공해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숨 막히게 흘러가던 승부는 17번 홀(파3·152야드)에서 갈렸다.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한 허윤경의 칩 샷이 거의 홀에 들어갈 듯하다가 멈췄다. 반면 홀 4m 거리에 붙였던 전인지는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단독 선두가 됐다. 허윤경은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워터해저드에 빠트린 뒤 어렵게 파세이브를 했지만, 역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이날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인 전인지가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허윤경(11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우승 상금 1억4000만원과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가 제작한 우승 트로피, 키 펜던트를 받았다.
전인지는 "전략적인 선택을 잘해야 하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는 언제 18홀을 돌았는지 모를 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IQ 137로 전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수학 영재'였던 전인지는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확률'을 가장 중시한다. 그는 "최종 라운드에 나오기 전 '다른 골퍼와 겨루는 게 아니라 오늘 날씨와 핀 위치, 스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스코어를 차근차근 줄여가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지현이 3위(10언더파), 허미정과 이정민이 공동 4위(7언더파)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이민영도 공동 6위(5언더파)로 선전했다. 1·2라운드에서 부진했던 김효주는 이날 4타를 줄이며 공동 9위(4언더파)로 뛰어올랐다.
김효주는 올해 23개 대회에 출전해 한 차례도 컷 탈락하지 않고 5차례 우승과 '톱10' 18회를 기록하며 지난해 자신이 받았던 신인왕을 제외한 전 분야를 휩쓸었다. 상금 12억 시대(12억897만8590원)를 열며 2위 허윤경(7억38만5421원)과 3위 이정민(6억5929만925원)을 여유 있게 앞섰다. 대상(610점)·최저타수상(70.26타)·다승(5승)도 모두 그의 차지였다. 올해 사상 가장 뜨거웠던 신인왕 경쟁은 백규정(2311점)이 고진영(2221점)을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