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3일 국회 외교위에서 한·호주 FTA와 한·캐나다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축산 농가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축산정책자금 금리 인하, 무허가 축사(畜舍) 양성화, 영농 상속 공제 한도액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인상,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 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여당은 "예산이 3920억원 이상 더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농림부는 두 FTA가 시행되면 수입 소고기·돼지고기 때문에 국내 축산 농가가 15년간 1조7500여억원 정도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에게 합리적 수준의 보상책을 강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한·칠레, 한·미, 한·EU FTA 추진 과정에서 30조원 안팎의 농업 분야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그중 축산 부문이 13조8000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여기다 정부는 한·호주, 한·캐나다 FTA와 관련해 2조1000억원의 축산 농가 지원책을 발표해놓은 상태다. 이번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또다시 4000억원이 얹어진 것이다.

축산 농가의 연간 평균 소득은 5272만원으로 벼농사 가구 평균 소득 2332만여원의 2배를 넘는다. 그런데도 축산 농가에 대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속세 공제액을 인상해주고 무허가 축사를 양성화해주는 것이 FTA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두 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낸 뒤 한 달 넘게 손을 놓고 있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호주 방문이 임박한 지난달 말에야 "빨리 처리해달라"고 떼를 썼다. 여당 정책위의장이 경제부총리에게 "당이 청와대 하도급 업체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그러고도 외교위가 FTA 안을 상정한 지 1주일 만에 보상 대책이 결정됐으니 날림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부는 한·중 FTA도 지난 10일 정상회담에 맞춰 미완성인 채로 협상을 매듭지어 졸속 논란을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대통령 방미(訪美)를 앞두고 FTA 후속 쇠고기 시장 개방을 밀어붙였다가 결국 '광우병 사태'를 불렀다. FTA를 대통령 해외 순방용으로 서두르면 사후(事後)에 치르는 대가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도 FTA 체결 때마다 과도한 보상을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칠레 FTA 경우 정부는 농업 피해를 구제한다며 기금 1조2000여억원을 만들어 썼다. 하지만 피해를 확인하지도 않고 보상금을 주는가 하면 폐업하지도 않은 농가들에 수백억원을 폐업 지원금으로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FTA를 더 확대해 가야 한다. 그러나 FTA 체결 국가 숫자를 늘리는 데 집착해 뒷감당도 못할 만큼 과도한 보상책을 남발하게 되면 나라 살림에 큰 부담을 안긴다. 미국·중국·EU 등 핵심 경제권과 FTA가 매듭지어진 만큼 앞으로 FTA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전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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