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국민 영웅담이 되어버린 '大虐殺의 추억'

조선일보
  • 이태훈 기자
    입력 2014.11.12 05:48

    액트 오브 킬링

    [영화 리뷰] 국민 영웅담이 되어버린 '大虐殺의 추억'
    /엣나인필름 제공
    "여긴 귀신이 많아. 많이 죽였거든. 처음엔 때려죽였어. 그런데 피가 너무 고여. 비린내가 안 없어져. 그래서 이런 걸 썼지."

    인도네시아 북(北)수마트라 메단의 한 건물 위. 안와르 콩고는 겉보기에 그저 사람 좋은 노인 같았다. 그가 긴 철사 한쪽 끝을 나무 막대기에 매듭짓더니 다른 쪽 끝을 쇠기둥에 묶었다. 옆에 있던 동료의 목에 그 철사를 감고는 잡아당기는 시늉을 해보였다. 얼굴 한가득 웃음을 띤 채였다〈사진〉. "전선으로 목을 조르고, 탁자 다리 아래 깔고 앉고, 목을 베고, 자르고, 총을 쏘고, 죽이고, 죽이고…." 그는 목에 철사를 걸고 콧노래를 불렀다. 두 팔을 들고 스텝을 밟으며 춤을 췄다.

    1965년 군부 쿠데타 뒤 약 2년간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중국인, 지식인, 노조원, 공산주의자 100만명이 학살당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살의 주역인 민병대 출신자들은 공산주의로부터 조국을 지켜낸 '국민 영웅' 대접을 받는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그들 중 한 명인 안와르 콩고에게 "당신들의 살인을 기념할 재연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콩고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말런 브랜도의 영화를 좋아하는 독특한 학살자였다. 민병대와 연관이 깊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기꺼이 영화에 출연했다. 이들은 오펜하이머 감독과 함께 '대학살의 추억'을 직접 연기한 초현실주의적 영화를 만든다. 그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이 영화, '액트 오브 킬링(Act of Killing)'이다.

    영화는 거대한 악몽 같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거대하고 잔악한 악몽이었다. 검붉은 제복을 입은 실제 민병대원들은 정글 속 마을에서 학살 장면을 자랑스럽게 재연했다. 마을이 불타올랐다. 끌려가며 울부짖는 사람들. 아이들과 여자들은 촬영이 끝나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관객도 함께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지금도 민병대 회원은 300만명이 넘는다. 국영 TV 토크쇼에 출연한 왕년의 학살자들에게 여성 진행자가 말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인도적인 처형 방법을 고안했다니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그 자녀들은 왜 보복하지 않을까요?"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겁니다. 다 없애버렸으니까요."

    영화 막바지, 콩고는 영화 속 영화에서 고문당하는 역할을 연기해본 뒤에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그들도 나처럼 공포에 떨었을까? 정말 내가 죄를 지은 걸까?"

    7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뉴욕타임스 등이 '올해의 영화'로 꼽았다. 한국에선 159분짜리 감독 편집판으로 20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