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기업 사회적 책임 활동에 NPO(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은 필수"

    입력 : 2014.11.11 05:59

    매클리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 이사장
    1983년 자유의 여신상 복원 모금 캠페인 고객이 카드 쓰면 1센트씩 기부해 화제
    2007년부터 NPO 리더 대상 교육 진행 CEO·임원이 주도… 7년새 예산 2배로
    수강생 93%가 비영리 분야에서 활약 중

    매클리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 이사장

    "지난 20년간 미국에선 영리와 비영리 간 융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전과 철학, 근무 환경, 전문 인력 등 많은 부분에서 기업과 NPO(비영리단체)가 서로 닮아가고 있거든요. 이젠 기업도 NPO처럼 사회적 가치와 신뢰를 중시하게 됐고, NPO에도 전문 인력이 늘면서 일반 기업만큼 연봉도 높아졌습니다. 서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는 사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NPO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변화입니다. 이처럼 미국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중심엔 파트너십이 있습니다." 티머시 제이 매클리몬(Timothy J. Mcclimon·사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American Express Foundation)' 이사장이 밝힌 최근 미국 CSR의 트렌드다. 매클리몬 이사장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AMEX·이하 아멕스) CSR 부회장으로, 재단은 물론 아멕스의 CSR을 총괄하고 있다.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로펌에서 비영리재단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그는 미국 이동통신사 AT&T CSR재단 전무이사를 거쳐 아멕스에 합류했다. 현재 뉴욕대 비영리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매클리몬 이사장은 영리와 비영리를 아우르는 CSR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5일, '2014 국제나눔문화선진화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매클리몬 이사장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CSR을 잘하려면 NPO와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공익연계마케팅(CRM)의 효시로 꼽힌다. 1983년 고객들이 아멕스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가입 1건당 1달러를 '자유의 여신상' 보수(補修) 기금으로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폭발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캠페인 기간 동안 무려 170만달러(약 18억원)를 모금했고, 아멕스 카드 사용은 27% 증가했고, 신규 발급 건수도 10% 늘었다. 그 후로도 아멕스는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역사 복원을 위해 기부 및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사회공헌에 강점을 보였다.

    "처음부터 마케팅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애초에 임직원 기금을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기부한 것이 자연스레 캠페인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물론 자유의 여신상 보수를 계기로 아멕스는 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부터 3년간 카드 고객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천 개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온라인으로 받았습니다. 고객들이 직접 실행해볼 수 있도록 비영리단체와 타 기업을 연결해주고, 아멕스는 수백억달러의 지원금을 내놓았죠. 선정된 고객의 아이디어로 아멕스 사회공헌 사업을 몇 년간 진행하기도 했고요. 미국에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펩시 등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콘셉트로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멕스는 최근 사람을 키우는 일에 열심이다. 2007년부터 NPO 차세대 리더들을 대상으로 조직경영·고객 서비스·마케팅 등을 가르치는 '비영리 리더십 아카데미'를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것. 지금까지 약 3260억원을 투자, 전 세계 6개국에서 매년 4000여명의 리더가 배출되고 있다. "기업엔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교육이 있지만, 당시 NPO엔 관련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리더십 교육 커리큘럼을 기획·진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물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었죠. 반면, 앞으로 5년 내에 정년 퇴직을 앞둔 NPO 리더가 상당수라 차세대 비영리 리더가 시급했습니다. 실제로 수강생 중 '리더십 집중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74%에 달했고요. 기업 역시 NPO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만큼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계속 필요하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아멕스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다. NPO가 직접 내부에 리더십 프로그램이 안착할 때까지 비용·컨설팅·인력 파견을 100% 지원한다. 정해진 기한은 없다.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할 때까지 최소 2년부터 10년 이상까지도 지원이 계속된다. 매클리몬 이사장은 "미국에 있는 아프리카 학생들의 장학금을 마련하는 비영리기관 UNCF는 아멕스와 함께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리더들을 배출한 결과, 3년 만에 자체 재원을 마련해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NPO 리더급 실무자를 선발해 5일 동안 워크숍 형태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멕스 CEO·이사진·임원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멘토링을 하고, 교육이 끝난 뒤엔 1년간 각 NPO에 전문가를 파견해 주기적으로 컨설팅을 한다. 지난주엔 아멕스 재단 이사인 샘 팔미사노 IBM 전(前) CEO가 고객 서비스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매년 콜로라도로 졸업생들을 초대해 일주일간 심화 리더십 워크숍도 열린다. 미국 NPO 회장들은 아멕스의 비영리 리더십 아카데미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아카데미 수강생으로 선발하기 전에 각 NPO 회장들에게 3가지 조건을 말합니다. 5일 동안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직원에게 절대 연락하지 말 것, 교육 장소로 이동하는 교통비를 NPO가 직접 부담할 것, 수강생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를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 뒤 NPO 회장들로부터 추천서를 받죠."

    대부분의 기업은 사회공헌 성과가 당장 눈에 드러나길 원한다. 영업 실적처럼 사회공헌 효과를 숫자로 증명하려는 일반적인 기업 문화 때문이다. CEO를 비롯한 기업 내부 임직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비영리 리더십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이 바로 아멕스의 CEO 켄 쉐놀트(Ken Chenault's) 회장이었습니다. 원래 쉐놀트 회장은 자선이나 복지에 관심이 많았고, 상당수 NPO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합니다. 아멕스에서 장기 근속하면서 사내 봉사,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죠. 그는 리더십 워크숍에서 직접 교육 및 멘토링도 진행합니다."

    CEO가 열심이니 임원들은 물론 직원들까지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멕스엔 CEO와 고위 임원들로 구성된 책임위원회가 있습니다. 1년에 3번씩 회의를 하는데, 이때 CEO와 임원들은 리더십 프로그램 기획자가 되기도 하고 강사가 되기도 합니다. 프로보노 팀장을 돌아가면서 맡고 각 부서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하죠. 오히려 CEO와 임원들이 비영리 리더십 아카데미를 위한 예산이나 인력 배치에 힘을 실어줍니다. 7년간 리더십 교육 예산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죠."

    CEO부터 직원들까지 애정을 쏟은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교육을 마친 수강생 중 93%가 비영리 영역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고, 그중 70%는 전보다 더 좋은 위치로 승진한 것. 아멕스는 더 많은 이에게 리더십 교육을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아카데미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앞으로 최대 5만명까지 커리큘럼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내년엔 아쇼카(Ashoka)와 함께 아프리카 나이로비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사회혁신가 양성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에 'NPO와의 파트너십은 기업에 어떤 이득을 주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매클리몬 회장은 "너무 많은데, 꼭 한 가지만 이야기해야 되느냐"면서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려면 주주, 직원, 고객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챙겨야 합니다. 소비자, 직원, 투자자 모두 지역사회의 일원이잖아요. 이젠 지역사회의 지지 없인 기업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특히 낯선 지역으로 들어갈 때 해당 지역과 밀접한 NPO와의 파트너십은 CSR의 성패를 좌우하고요. CSR의 성장은 NPO와의 파트너십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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