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7·끝] 꽃 대신 화분, 뷔페 대신 고향별미… 모두가 즐긴 4시간의 '結婚 축제'

    입력 : 2014.11.10 05:52

    [개성만점 '작은 결혼식' 현장]

    '친환경 드레스' 차려입은 신부, 식장 입구서 직접 하객 맞이해
    피로연에선 신랑과 댄스 타임 "한순간 한순간 생생히 기억나"
    하객들 "잘 먹고 간다" 인사에 노심초사하던 부모도 만족

    꽁보리밥에 고사리·숙주·새싹을 듬뿍 얹고 고추장 끼얹은 비빔밥, 동네 떡집에서 갓 쪄낸 바람떡, 고속버스 타고 올라온 안동 문어숙회와 경주 황남빵, 달콤한 단호박 식혜와 고소한 전통 막걸리….

    메뉴부터 달랐다. 웨딩홀 뷔페에선 맛볼 수 없는 '손맛' 별미가 넘쳤다. 작년 8월 서울 성북구청 강당에서 '마을 결혼식'을 올린 부부 건축사 허길수(36)·심수림(29)씨. 남들 다 가는 서울 강남 웨딩업체 대신 동네 가게를 이용해 마을도 살리고 돈도 아꼈다. 네 가지가 포인트였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성북구청 강당에서 허길수·심수림 부부가 마을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동네 꽃집에서 주문한 화분과 사과로 식장을 꾸몄다. 신부 심씨는 한지 원단으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를 입었고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를 들었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성북구청 강당에서 허길수·심수림 부부가 마을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동네 꽃집에서 주문한 화분과 사과로 식장을 꾸몄다. 신부 심씨는 한지 원단으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를 입었고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를 들었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제공

    우선 음식. 장수마을 비빔밥집, 동소문동 왕만두집 등 밥때마다 손님들이 줄 서는 동네 맛집을 봐뒀다가 제일 맛있는 메뉴만 골라 결혼식장에 공수했다.

    다음은 꽃. 동네 꽃집에 부탁해, 하루 쓰고 버리는 꽃장식 대신 아이비 화분과 사과로 결혼식장을 꾸몄다.

    셋째로 신랑·신부 차림새. 신랑·신부가 구청에서 걸어서 20분 걸리는 동네 미용실에 손잡고 가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딱 하루 빌려 입는 웨딩드레스에 150만~200만원 쓰는 대신, 친환경 드레스 가게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서 흰색 원피스를 100만원에 맞췄다. 결혼식 때는 긴 천을 덧대 드레스처럼 입었고, 식 끝난 뒤 요즘은 무릎길이 정장으로 잘 입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객. 신랑은 안동, 신부는 청송이 고향이다. 시골에서 올라오는 양가 어른들에게 "축의금 말고 고향 별미나 한 접시 갖다 주이소" 했다.

    신랑 허씨는 "어린 시절 마을에 결혼식이 있을 때면 시끌벅적 동네잔치가 열렸던 추억이 아련하다"고 했다. 한옥 앞 너른 마당에 천막을 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배추전도 뒤집고 막걸리도 비웠다. 결혼이 두 사람, 두 집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 같이 서로 돕고 유쾌하게 놀았다. 그런 감수성이 살아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허길수·심수림 부부의 우리만의 결혼식 포인트 정리 사진

    신부 심씨와 결혼을 약속한 뒤 두 사람 소망을 하나씩 써내려 갔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이면 좋겠다' '한 번 입고 마는 드레스는 별로다' '음식을 정성 들여 대접하자' '축의금은 받지 말자'…. 이런 소망을 하나씩 현실에 옮겨나갔다.

    결혼식은 성북구에서 하기로 했다. 성북구는 신랑이 스무 살 때 서울 온 뒤 줄곧 살아온 동네다. 둘이 연애한 회사도 성북구에 있다. 마침 성북구청에서 마을 결혼식 올리겠다는 커플을 찾고 있었다. 신부 심씨는 "동네 가게들과 상부상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고 했다.

    결혼식날 두 사람은 식장 입구에 나란히 서서 하객들과 인사했다. 드레스 구겨질까 봐 신부 대기실에 가만히 앉아서 하객들을 맞느니, "신랑과 나란히 손님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신부의 바람이었다.

    오후 1시 결혼식이 시작됐다. 신랑·신부가 하객들 박수를 받으며 손잡고 입장했다. 조카 둘이 나무로 조각한 예물 반지를 가지고 들어와 두 사람에게 건넸다. 신랑 아버지와 신부 오빠가 두 사람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양가 어머니가 나란히 성혼 선언문을 읽다가, 신랑 어머니 목소리가 떨리자 신부 어머니도 덩달아 목이 메더니 두 사람이 손잡고 눈물을 쏟았다.

    신랑의 형이 축가를 불렀다. 신랑이 "우리 집에서 형이 제일 노래를 잘해서 '섭외'했는데…. 동생 결혼식이라 긴장해서 한 소절 부를 때마다 '음 이탈'이 벌어졌다"고 했다. 당사자는 벌게져서 땀을 쏟았지만 하객들은 깔깔 웃었다. 식이 끝난 뒤 신부가 부케를 던졌다. 뿌리가 살아있는 꽃이라, 그걸 받은 친구가 그대로 화분에 옮겨 심어서 지금도 자기 집에서 키우고 있다.

    구청 야외 옥상에서 피로연이 열렸다.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낀 신랑·신부 친구들이 노래하고 춤을 췄다. 흥이 오른 신랑·신부도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춤을 췄다. 지켜보던 구청 직원도 같이 손뼉을 쳤다. 4시간이 훌쩍 갔다.

    허씨 부부가 결혼식에 쓴 돈은 총 1500만원. 구청 강당은 무료로 빌렸다. 300명분 성찬에 950만원, 예식 사진·드레스·메이크업·답례품·부케·꽃장식에 315만원, 음향 장비 대여료·도우미 인건비 등으로 235만원을 썼다. 두 사람 저축으로 충분히 해결했다.

    하객들이 300명분 식사를 남김없이 비웠다. 음식 칭찬이 자자했다. "요새 결혼식 가면 가짓수만 많지 묵을 기 없드만, 오늘은 진짜 맛있게 묵고 갑니다." 노심초사하던 양가 부모가 그 말에 활짝 웃었다.

    돌아가는 하객들에게 식장을 꾸민 화분과 사과를 하나씩 선물했다. 그걸 받아간 사람들이 "그새 아이비가 엄청 자랐다" "이거 볼 때마다 너희들 생각난다"고 연락해온다.

    신부 심씨가 "결혼식 한 순간 한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구청에서 결혼한다니까 '초라해 보이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친구가 있었다. "실제로 해보니, 전혀 안 그래요. 친구들이 '어떻게 했느냐'고 많이 물어봐요.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할 거냐고요? 아뇨, 다르게 할 거예요. 또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작게 재미있게 의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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