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NG(No Graduation·졸업 안하는 학생)族' 3년새 두배로… 속타는 대학

입력 2014.11.07 04:33

취업 어렵자 졸업 미루려고 등록금 안 내고 버티는 학생 올 3월까지 1만4900명

대학 "재학생 불편하니 나가라"
NG族 "쫓아내겠다니 너무 매정"

서강대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920점짜리 토익 성적표가 있다. 인문계열 750점, 자연계열 650점 이상의 토익점수를 제출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영어졸업인증제' 통과에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김씨는 일부러 성적표를 내지 않았고, 결국 졸업이 미뤄졌다. 김씨는 "덕분에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한 학기를 더 다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학교 도서관이나 취업센터, 밥값이 싼 학생식당 등 교내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하면서 취업하기 전까지 시간도 벌게 된 것이다.

김씨는 'NG족'이다. NG족이란 이런저런 편법으로 등록금을 안 내면서 졸업만 유예(No Graduation)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대학가 은어다. 영어졸업인증제를 도입했던 서강대에선 '토익성적표 미제출'이 NG족들이 애용하는 방법이었다. 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서강대는 지난달 칼을 뽑았다. 인증제를 폐지키로 한 것이다. 그러자 NG족들은 "학교가 대안 없이 학생들을 밀어내려고만 한다"며 반발했다. 결국 대학 측은 인증제는 폐지하되 1년간은 추가 학기를 등록하지 않아도 졸업 유예가 가능하게 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NG(No Graduation·졸업 안하는 학생)族' 3년새 두배로… 속타는 대학
늘어나는 NG족들 때문에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취업난 시대에 무조건 쫓아낼 수도, 계속 모른 척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재학생 1만명 이상 대학 26곳의 졸업 유예자 숫자가 모두 합쳐 1만4900명이나 된다. 2011년 8200명에서 거의 배가 된 것이다. 정규 학기를 다 채우고 학교를 더 다니려면 최소 한 과목 이상을 듣고 50만~6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하지만, 대부분의 NG족들은 영어 성적이나 졸업논문 등 졸업 요건을 일부러 채우지 않는 편법으로 이 같은 규정을 피해간다. 이를 막으려는 대학과 여기에 반발하는 NG족들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건국대도 최근 NG족 줄이기에 나섰다가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대학에선 졸업을 연장하려면 추가 학기를 등록하고 한 과목 이상을 들어야 하는데, 일부 학생들이 졸업논문을 일부러 내지 않는 방식으로 학적을 연장해온 것이다.

학교 측이 "논문을 안 내더라도 졸업을 연장하려면 등록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을 바꾸자 학생 3200여명이 반대서명을 했다. 건국대 측은 "초과 학기 의무 등록은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시행하고 있으며 건국대도 이미 지난해 학생들과 합의를 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엔 수업료뿐 아니라 도서관·컴퓨터실 등 학교시설에 대한 이용료도 포함되는데 등록금을 안 내고 다니는 학생들이 늘면 대학으로선 손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한 대학 3학년 오모(22)씨는 "학교 취업지원센터에 가보면 졸업을 미룬 선배들이 다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숙식 제공하는 고시반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3학년은 아예 낄 데도 없다"고 불평했다.

각 대학은 그래서 마냥 졸업을 미룰 수 없도록 각종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전남대는 졸업을 연기하려면 수강 여부에 상관 없이 기성회비의 10%를 내야 하고, 경동대는 수강을 안 해도 등록금의 6분의 1을 내야 한다. 이런 규정을 둔 대학들이 전국적으로 98곳이나 된다.

갈수록 높아지는 퇴출 압력에 맞서 NG족들은 "8학기 만에 취업하는 게 불가능한 시대에 대학이 '나가든지 돈을 내든지'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건 매정하다"고 항변한다. 이런 의견을 들어 퇴출 대신 포용으로 돌아선 대학들도 있다.

2009년부터 학습 심화, 진로 준비, 인턴 등 세 가지 코스로 이뤄진 '학사 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숙명여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졸업생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무료로 학교에서 전공 심화 학습이나 직업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강의를 제공하고, 도서관·컴퓨터실 등 교내 시설도 그대로 이용 가능하다. 한양대도 졸업 유예를 하더라도 추가 비용 없이 재학생 신분을 2년간 유지하게 제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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