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신부·혼주 101쌍을 만나는 동안 "단계마다 추가 비용이 꼭 있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정찰제를 하지 않는 업체가 많아, 자꾸 속는 것 같다"는 말도 여러 사람이 했다. 그 말이 맞다면 웨딩업계는 돈을 갈퀴로 쓸어 담아야 한다. 취재팀이 돌아본 업계 사정은 그렇지도 않았다. 겉보기만 화려하지 속사정은 부도 직전인 곳도 적지 않아 보였다.

원인이 뭘까. 한 해 결혼하는 사람이 한 세대 만에 10만쌍 가까이 급감했는데, 드레스 빌려주고 웨딩 사진 찍어주는 업체는 우후죽순 늘어난 탓이 가장 컸다.

호텔과 디카

한국 신랑·신부는 "평생 한 번"이란 말과 "남들만큼"이란 말에 약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특1급 호텔 결혼식이 허용되면서 웨딩홀들까지 고급화 경쟁을 했다. 웨딩 사진 안 찍는 사람이 되레 '특이한 사람'이 됐다. 때맞춰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다. 필름 사진 인화는 사양길이었지만, 웨딩 사진 시장은 활황세였다. 스튜디오 사진·드레스·메이크업을 합친 '스드메' 패키지가 자리 잡았다. 현재 서울 강남구 일대에만 웨딩 사진 스튜디오 400곳 이상, 드레스 가게 300곳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출혈경쟁이다.

모두가 피곤한 '스드메' 시장

중산층이건 서민이건 모두 '청담동'을 찾다 보니 스튜디오도, 드레스 가게도 임대료 비싼 청담동을 떠날 수 없다. 신랑·신부를 '갑'으로 모셔야 하니, 직원도 여럿 두고 인테리어도 잘해야 한다.

이처럼 고정비용은 큰데, 진입 장벽은 낮다. 온갖 업체가 난립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을 향해 한편으론 "남보다 고급스럽게 해주겠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론 "싸게 잘해 드리겠다"고 했다.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긴 버겁다. 불필요한 추가 항목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생겼다. "소비자는 '거품이 많다'고 화내는데, 정작 업계에선 '거품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웨딩 산업을 20년 가까이 지켜본 전문가 A씨의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