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5] 新婦(신부) 홀리는 말 '평생 한번인데'… 커피값 아끼더니, 결혼땐 돈 물쓰듯

    입력 : 2014.11.04 05:38

    [결혼비용 키우는 女의 심리]

    "평생 한번뿐인 결혼식인데…" 더 비싼 식장·예복·예물 찾아
    결혼하면 고생한다는 생각에 '미리 보상받자' 심리가 작동
    몇 달 지나면 땅을 치고 후회 "그 돈 차라리 살림에 보탤걸"

    손잡고 결혼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던 연인은 자주 다퉜다. 남자는 "어차피 딱 한 번, 길어야 2시간 정도 예식만 하고 끝날 텐데, 왜 굳이 비싼 식장에서 하고 싶어 하느냐"고 했다. 여자는 "나는 그 '한 번'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결혼한 회사원 안주영(27·가명)씨 얘기다.

    안씨는 대학 시절 친구 소개로 남편(30)을 만나 5년간 연애했다. 둘 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자취했다. 결혼 말 나오기 전까진 돈 때문에 싸워본 적도 없고, 남보다 낭비해본 적도 없다. 공동으로 '데이트 통장' 만들어 한 달에 각자 10만원씩 저축했다. 그 돈을 꺼내 둘이 같이 밥 먹고 영화도 봤다.

    그때만 해도 안씨는 '결혼식은 간소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막상 식장 잡을 때가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호텔에 가보니 다른 곳은 성에 안 찼다. 화려한 꽃 장식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남편이 "낭비"라고 펄쩍 뛰었다.

    대관료·꽃값·밥값 합쳐서 하루 6000만원 나온다길래 결국 호텔은 포기했다. 그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고급 웨딩홀을 택했다. 이곳도 하루 4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웬만한 젊은이 연봉보다 큰돈이다. 그래도 속으로 '6000만원 하는 곳이 예뻤다'고 아쉬워했다. "평생 한 번이잖아요."

    웨딩드레스 가게·스튜디오 등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거리에서 한 쌍의 신랑 신부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웨딩드레스 가게·스튜디오 등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거리에서 한 쌍의 신랑 신부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안씨뿐 아니라 다른 신부들도 "평생 한 번"이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걸 해보겠느냐'는 생각에 '기왕이면 더 좋은 것, 더 예쁜 것'을 찾게 되더라고 했다. 평소 몇천원, 몇만원 쓸 때는 신중하던 사람들이 수십만~수백만원 쓸 때는 과감해졌다.

    2년 전 결혼한 이효정(가명·32)씨는 취업이 늦어 결혼식 직전까지 집에서 용돈을 받아서 썼다. 부모님에게 미안해 뭐든지 아껴서 썼다. 옷도 길거리 가게에서 사 입고, 브랜드 제품은 어쩌다 세일 때 샀다. 친구 여러 명과 카페에 가면 "그냥 나는 안 시킬래" 하고 커피 값을 아꼈다. 그런 이씨도 결혼 준비에 들어가자 "돈 쓰는 단위가 달라지더라"고 했다.

    "나 자신에게 순간순간 놀랐죠. 친정에서 시댁으로 예단을 보낸 뒤, 시부모님이 그중 200만원을 옷 사입으라고 저한테 주셨어요. 생전 들어가지도 않던 매장에 들어가 보니 돈의 가치가 실감이 안 나는 거예요."

    재킷·블라우스·치마를 한 벌씩 사니까 90만원이 나왔다. 그전까지 평생 입어본 옷 중 가장 비싼 게 대학 졸업 사진 찍느라 사입은 40만원짜리 정장이었다. 딱 하루 빌려 입는 웨딩드레스 값이 그보다 몇 배 비쌌다. 처음엔 그 돈 내고 빌려 입을 생각에 엄두가 안 났지만, 여기저기 웨딩드레스를 보러 다니다 보니 '역시 비싼 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부들이 '평생 한 번'이라는 말 때문에 결혼식을 올릴 때는 평소와 다른 판단 기준을 갖게 된다"고 했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서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크고, '결혼하고 나면 고생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번 기회에 미리 보상을 받자'는 심리가 작동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느낀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고 '반짝' 하고 스러진다.

    지난달 결혼한 유은혜(가명·31)씨는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며 매달 80만~100만원씩 알뜰살뜰 저축해 3년간 30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결혼식을 치를 생각이었다. 시댁에 예단으로 1000만원을 보내고, 나머지 2000만원으로 혼수·예물·결혼식 비용을 해결하겠다고 생각해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00만원을 더 썼다.

    "처음엔 '예복도 생략하자, 예물도 간단히 하자' 했지만 어느새인가 제가 더 좋은 걸 찾고 있더라고요. 10만원, 20만원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뭐 별거 아니네' '얼마 안 비싸네'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평소 안 쓰던 큰돈을 쓰다 보니 30만원 정도는 우스워졌어요. 평생 한 번이잖아요."

    결혼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유씨는 만족하고 있을까. 유씨는 "그 돈을 꼭 쓰려면 차라리 신혼여행에 보탤걸…. 한 번 입는 드레스,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예물에 목돈을 쓴 게 너무 아까워요. 결혼 준비할 때, 먼저 결혼한 친구들에게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 '결혼식에 돈 쓰지 마라'였어요. 정말 맞는 말인데, 결혼 준비하는 사람들 귀에는 잘 안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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