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한 강의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3학년 줌랏 코츠세글로브(21)씨가 수학 수업을 듣느라 열심이었다. 그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2012년 국제 자티코프 올림피아드(International Zhautykov Olympiad·IZhO) 정보 종목에서 금메달을 받은 과학 영재. IZhO는 과학 분야 강국인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영향권에 있던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과학 영재 300여명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 올림피아드다.

UNIST에는 코츠세글로브씨 등 카자흐스탄 출신 과학 영재 49명이 유학 중이다. 이는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유학생 197명 중 4분의 1에 가깝다. 이 카자흐스탄 유학생들은 모두 본국에서 상위 0.1%에 해당하는 최우수 과학 영재다. 카자흐스탄 유학생이 24명인 카이스트의 2배에 이르는 숫자다. 코츠세글로브씨는 "최빈국, 후진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UNIST에 유학을 왔다"며 "한국의 선진적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관련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뒤 고국과 한국의 교류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과기대(UNIST)에서 유학 중인 카자흐스탄 출신 학생 49명이 강의실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UNIST의 전체 유학생 절반 정도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권 출신으로 중앙아시아에 ‘과학 한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학교엔 또 키르기스스탄 학생 33명, 몽골 학생 12명, 우즈베키스탄 학생 4명 등이 유학 중이다. 중앙아시아권의 유학생이 모두 98명에 이른다. 전체 유학생의 절반에 육박한다. 최근 3~4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중앙아시아에 '과학 한류'가 밀려드는 셈이다. 카자흐스탄 교육 재단인 KATEV의 코자베코프 부총재는 "최첨단 연구 시설과 100% 영어 강의, 전액 장학금 등 글로벌 연구 교육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UNIST에 많은 인재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한강의 기적'의 비결을 배우려는 중앙아시아의 열정과 UNIST의 교육체계·노력 등이 만나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UNIST 측은 또 지난달 28일 키르기스스탄의 영재 교육기관인 SEBAT와 과학교육 상호 업무 교류 협약을 맺는 등 중앙아시아 과학 한류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2012년엔 카자흐스탄 교육 재단 KATEV와 교육 협약을 체결했다. 조무제 UNIST 총장은 "해당 나라의 과학 영재들인 이 유학생들이 귀국해 자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때 한국의 '자원 외교'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부터 유학생 중 공부를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 교수로 활동하거나 중앙은행 등 핵심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