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4] 아버지 "결혼식장만큼은…" 어머니는 "예단만큼은…" 費用(비용) 키운다

    입력 : 2014.11.03 05:26

    [式場 허영심은 아버지가 강해]

    신랑·신부·혼주 1200명 조사
    아버지 10명중 6명꼴로 "결혼식 너무 초라하면 곤란"
    예물·예단 등엔 침묵하는 경향 "돈만 낼뿐, 들러리예요" 자조

    "결혼 준비가 왜 이렇게 힘든지 생각해봤어. 사회가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둔 것 아닐까. 어지간해선 다시 못 하게."

    내년 초 결혼하는 김영준(가명·27·은행원)씨가 신붓감 노유림(가명·25·대학원생)씨에게 한 말이다. 상견례 때부터 양가 아버지가 식장을 놓고 샅바 싸움을 벌였다. 여유 있게 사는 신랑 아버지가 "딴 건 몰라도 결혼식은 호텔에서 하자. 현금이 좀 있는데 이때 쓰지 언제 쓰냐" 했다. 자존심 상한 신부 아버지가 "그럴 돈 있으면 불우 이웃이나 도우시라"고 했다.

    아버지의 욕망

    취재팀이 만난 결혼 시장 전문가들은 "다른 소비는 몰라도, 결혼식장만큼은 아버지들 허영심이 가장 강하다"고 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여성가족부와 함께 전국 신랑·신부·혼주 1200명을 조사해보니, 작은 결혼식에 가장 거부감이 큰 집단이 양가 아버지였다. 신랑 아버지건 신부 아버지건 아버지들은 열 명 중 여섯 명꼴로 '결혼식에 친척·친구만 오면 초라하다'고 했다(58.5%). 양가 어머니(48.0%)는 그런 고정관념이 덜한 대신 '남만큼 주고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혼주들 말말말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은 "여성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과시하려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해온 중·장년 남성들은 '하객 숫자=사회적 지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객 수백 명이 북적대는 거창한 결혼식이 사라지려면 아버지들부터 '큰 결혼식은 졸부나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욕망의 명암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양가 아버지는 많은 경우 '침묵하다 돈만 내는 사람'이었다. 호주머니를 탈탈 털고, 그래도 모자라면 빚까지 내면서도 좀처럼 자기 의견을 못냈다. 지난해 아들(27)을 장가보낸 이동익(가명·54·공무원)씨의 경우, 양가가 예물·예단을 얼마나 주고받았는지 "물어본 적도, 상관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전 자세한 거 몰라요. 아버지는 예식장에서 인사하고 사진만 찍지, 나머지 일에선 들러리예요."

    아들 결혼 비용 마련하느라 난생처음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5000만원을 댄 사람은 바로 이씨다. 하지만 돈 구하는 것 말고 나머지 절차는 이씨를 빼고 진행됐다. 부인과 아들이 "알아서 했다"고 하면 "그래, 알았다" 소리만 했다. 아직 아들이 대학 졸업 전이라 일단 한집에 데리고 살기로 해서 집값은 안 들었다. "나중에 분가시키려면 또 목돈이 들어갈 텐데, 나는 오로지 그 돈 마련할 일이 걱정입니다."

    "아빠는 그냥 오세요"

    딸 가진 아버지들은 더 목소리를 못 냈다. 부산에서 조그맣게 사업하는 김현종(가명·56)씨는 지난해 두 딸을 시집보내느라 1억원 가까이 썼다. 발언권은 없었다. 딸들과 사위들이 모든 걸 골랐다. 신혼집은 결혼식 날까지 구경도 못했다. "딸이 예식장 다 잡아놓고 '아빠, 오세요' 하니 섭섭합디다.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올여름 딸(28)을 결혼시킨 신성식(가명·58)씨도 혼수와 예단에 6000만원을 썼지만 말은 한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부인과 딸이 세목(細目)을 상의할 때 그는 멀찍이 앉아 술잔만 기울였다.

    "사돈 뜻대로, 아내 말대로…. 딸 가진 아버지는 '아깝다'고 생각해도 그냥 쫓아갈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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