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4] '인생숙제'하듯 자식 결혼에 올인… 끝나면 몸져누워

    입력 : 2014.11.03 05:26

    [해줄건 다해주고 우울한 婚主들]

    식장·하객 數·사돈댁 직업… 자식농사 기준 '물질'로 평가
    "결혼식 감회 느낄 새도 없죠, 그냥 '잘 해치웠구나' 생각만"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한국 부모 중에는 '자식 결혼=내 인생 숙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좋은 학점 따려고 과제 발표에 매달리듯, 부모 세대는 서로 자식 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 결혼식을 보고 평가한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죄다 '물질'이란 점이다. 식장이 화려한가, 음식이 잘 나왔나, 사돈댁이 무슨 일 하나, 하객이 많이 왔나…. 김 교수는 "부모들이 시험 치르는 심정으로 자녀들을 결혼시키다 보니, 남의 눈에 번듯해 보이려는 욕망이 자꾸 커진다"고 했다.

    그 결과 취재팀이 만난 101쌍 중 "양가 부모가 결혼 과정 그 자체를 즐겼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당수 혼주가 "다 끝나니 허탈했다"고 했다. 때론 몸져눕기도 했다.

    '인생숙제'하듯 자식 결혼에 올인… 끝나면 몸져누워

    "감회 느낄 새가 어딨어요. 결혼식 도중 아내와 얘기할 틈도 없었어요. 그냥 '잘 해치웠다' 했어요."(신익수·가명·58·퇴직 공무원)

    허무해서 드러눕다

    군청 직원 이명자(가명·50)씨는 지난 3월 맏딸을 결혼시킨 뒤 자리 깔고 누워서 '딸이 하나라 이 정도지, 둘이었으면 상상하기도 하기 싫다'고 생각했다.

    사돈이 "24평짜리 신혼집을 구해주겠다"고 했다가 "그냥 시댁에 들어와 살라"고 말을 바꿔서 갈등이 컸다. 그 와중에도 이씨는 딸이 기죽을까 봐 사돈의 당숙까지 선물을 챙겨 보냈다. 현금 1000만원을 예단으로 보내고, 140만원어치 이바지 음식을 했다. 예물에 혼수까지 총 5000만원을 썼다. 남편이 별세한 뒤 혼자서 피나게 모은 돈이었다.

    "하객이 800명이나 오고 대성황이었는데, 끝나니까 울적했어요. 딸을 위해 살았어요. 딸 이름으로 보험 들고, 딸 위해 곗돈 붓고…. 결혼식 전날 딸한테 '울지 마. 너 울면 나도 운다'고 했어요. 식 끝나고 딸이 '눈물이 나는데 엄마를 위해 참았다'고 하더군요."

    아들을 위한 리무진

    퇴직 공무원 최동훈(가명·61)씨는 최근 아들(32)을 결혼시켰다. 아들은 작은 벤처 회사를 한다. 나중에 대박이 날지 몰라도, 당장은 수입이 있다 없다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아들 부부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만원짜리 수도권 신축 아파트(122㎡·37평)를 구했다. "아들에게 '보증금을 더 보태줄 테니, 작고 허름해도 월세 안 내는 빌라를 구하라'고 했더니 싫어하더라고요. 하긴 그 좋은 아파트를 본 애가 어떻게 후진 데서 살겠어요?"

    최씨는 식장 정하는 일을 아들에게 맡겼다. 아들은 1인당 10만원 하는 서울 강남 고급 웨딩홀을 택했고, 식 끝난 뒤 리무진으로 공항에 갔다. 밥값 3500만원은 최씨가 냈다. 최씨 자신은 평생 한 번도 리무진을 타본 적 없다. 그는 아들 흉보는 말을 거의 안 했다. 그저 "짐 덩어리를 내려놓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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