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세계적 석학 강의 수강… 해외 명문대생과 토론하며 교류

입력 2014.11.03 05:29 | 수정 2014.11.03 14:26

대학 온라인 강의 '무크'
퀴즈·시험·학점 인증 등 다양
본인 일정대로 자유롭게 공부
학습 효과·강의의 질 높아져

정승우(서울 중앙고 2년)군은 지난 1월 미국의 웨슬리안 대학에서 개설한 'How to change the world' 강의를 수강했다.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로스 웨슬리안대 총장이 세계적인 경제 불균형 문제 등을 설명한 강좌였다. 정군은 6주 동안 △매주 2~3시간씩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며 △퀴즈를 풀고 △에세이를 제출했다. 강의에서 어려운 부분은 영어 자막 서비스를 활용했다. 정군은 강의를 들은 뒤 '국제학'을 전공해 전 세계적 환경·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이런 생생한 진로 탐색을 그는 무료로, 안방에서 경험했다. 온라인에서 정규 대학 강의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OOC) 덕분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학 교육의 혁명이라 극찬하기도 한 무크의 활용법을 알아봤다.

◇오픈코스웨어서 유다시티까지… 대학 온라인 강의의 발전상

온라인 대학 강의 공개는 200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시작됐다. MIT는 지식을 나누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오픈코스웨어'(OCW·Open Course Ware) 운동을 시작했다. 초창기 대학 강의 공개가 단순히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긴 형태라면 2011년 세바스찬 스룬(Sebastian Thrun) 스탠퍼드대 교수가 최초로 개발한 무크 사이트 '유다시티'는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강생은 △강의를 들으면서 △퀴즈, 에세이 시험을 정기적으로 치르고 △교사 혹은 수강생끼리 토론을 펼치며 △학점 인증 및 수료증을 받기도 한다. 상호 교류를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무크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세계 최대의 무크 사이트인 '코세라'는 운영 2년 만에 수강생이 800만 명을 넘어섰다. 무크와 국내 OCW인 스누온(snuon.snu.ac.kr ·서울대 온라인 강의공개) 모두를 경험한 이민주(부천 소명여고 2년)양은 "정치외교학부 전공과목인 '한반도와 국제정치'를 스누온에서 수강하지만 퀴즈 등 이해를 확인하는 장치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온라인을 통한 대학 강의 공개가 활발해지고 있다. 2007년 고려대가 우리나라 대학 중 최초로 OCW에 참여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도 2009년부터 'KOCW'를 개설해 국내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 중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KOCW 강의 제공 현황을 대학 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매년 강의 자료 등록 수(누적)는 2010년 1297건, 2013년 6800건으로 늘었다. 지난 9월에는 9432건이었다.

OCW와 무크 덕분에 학습자는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김민석(서울 신구중 3년)군은 외국어고 진학을 준비하며 바버라 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마케팅개론'을 들었다. 김군은 "3개월 전부터 집에서는 컴퓨터로, 바깥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무크 강의를 듣는다"며 "예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주로 웹툰을 봤는데 요즘은 코세라 강의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 분야 무크 강의를 4개나 수료했다"는 홍하림(서울 현대고 2년)양은 "스스로 수강 계획을 세우며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선이수학점제(AP)·블렌디드 러닝 등 다양하게 이용

학습자는 대학 전공을 체험하기도, 대입에 필요한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하려던 김희규(선린인터넷고 웹운영과 2년)군은 지난 9월 무크를 경험하고 계획을 수정했다. 유다시티의 '파이썬'이라는 컴퓨터 언어 강의를 듣고 대학 강의의 높은 수준을 느낀 것. 그는 "대학 강의를 미리 경험하자 취직을 대학 졸업 이후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재현(한국외국인학교 12년)군은 '에드엑스'에서 선이수학점제(AP)를 이수할 계획이다. "하버드대, 예일대 등 명문대 교수가 생물학(Biology) 등 기초과학 위주로 AP 과정을 열어요. 학교·학원의 AP 수업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무크에서는 세계 최고의 교수에게 배워 이해도 쉬워요."

대학 강의와 무크가 결합하기도 한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이번 학기에 개설한 '유럽통합사'를 무크와 연결해 혼합교육(블렌디드 러닝)으로 진행한다. "'프랑스 혁명'을 가르칠 때 멜버른대가 코세라에 개설한 'The French Revolution' 강의를 참고하게 했습니다. 학생은 온라인 강의를 미리 듣고 전 세계에 있는 수강생과 의견을 교류합니다. 오프라인 강의는 지식을 확인하고 토론 위주로 진행하죠. 무크를 이용하자 학생들이 영국 BBC 기사를 논거로 삼고, 해외 논문을 이용하는 등 강의의 질이 높아졌어요." 숙명여대 디지털휴머니티즈센터장인 김 교수는 지난 8월 '글로벌무크캠퍼스'(kc4dh.com)를 오픈했다. 무크에 관심 있는 학생이 스터디모임을 만들고, 정보 교류하는 장이다. 김 교수는 "이 사이트에서 온라인 스터디를 하던 학생들이 실제 모여 토론하는 등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의 혼합 교육은 이미 현실"이라고 말했다.

☞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 아이비리그는 물론 세계 명문대의 수업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강의를 듣고 수강생끼리 토의를 나누는 등 쌍방향 학습이 가능하다. 지난 2011년 세바스찬 스룬(Sebastian Thrun) 미 스탠퍼드대 교수가 만든 유다시티(Udacity)가 최초의 무크 사이트다. 여기에 코세라(Coursera), 에드엑스(edX)가 세계 3대 무크 사이트로 불린다. 우리 정부도 평생학습사회 실현을 위해 한국형 온라인대중공개강좌(K-MOOC)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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