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3] "내 결혼식, 추억은 없고 돈 쓴 기억만 남아"

    입력 : 2014.11.01 02:56

    [결혼 2년차 새댁의 고백]

    결혼 전 친구들 결혼식 가선 '난 저렇게 안해야지' 했는데 내 결혼식도 결국 그들처럼…
    "공장서 찍어낸 듯한 결혼식… 돈은 돈대로 쓰고 감동 없어"

    "결혼식 날 어땠냐고요? 꿈꾼 것 같아요."

    지난 4월 결혼한 권유나(가명·31)씨 말이다. 그만큼 달콤했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모든 일이 하도 정신없이 지나가서, 그날 자기가 뭘 했는지 어수선한 꿈을 꾸다 깬 것 같다고 했다.

    "쇼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뭐 했지? 누가 오셨지? 하나도 기억 안 나요. 결혼식 2주 전부터 너무 힘들고 신경이 쓰여 '빨리 끝내자'는 생각뿐이었어요."

    신랑·신부·혼주 101쌍을 만나는 동안, 취재팀은 같은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돈 많이 쓴 사람이나 안 쓴 사람이나 "힘들게 준비했는데 생각나는 게 없다"고 했다. "내 결혼식은 정말로 의미 있었다"거나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한 사람은 다섯 손가락 꼽기도 모자랐다.

    "돈 많이 썼는데…"

    결혼 2년 차 김진희(가명·30)씨는 결혼 전에 매년 예닐곱 번씩 친구들 결혼식에 다녔다. 그때마다 속으로 '나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다. "결혼식이 다 똑같아 보였어요. 나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기다리던 남편감을 2011년 소개팅으로 만났다. 김씨보다 세 살 위인 대기업 직원이었다. 9개월간 연애하다 결혼 말이 나왔다. 상견례 마치고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돈 문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양가 모두 넉넉한 중산층이라 부모에게 응석을 마음껏 부렸다. 친정어머니가 "딸이지만 개혼(開婚)이니까 그릇 하나도 기왕이면 좋은 걸로 사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그해 여름·가을·겨울 6개월을 결혼식 준비에 쏟았다. 인맥과 정보를 총동원해 평판 좋은 웨딩 플래너, 고급스러운 웨딩홀, 유행하는 신혼여행 상품을 선택했다. 웨딩 사진 찍고 드레스 빌리고 메이크업하는 데 290만원을 썼다. 축가 전문 7인조 합창단도 50만원 주고 섭외했다. 양가 어머니도 고급 한복집에 가서 260만원 주고 한복을 맞췄다.

    복제품 결혼식

    하객 수로 따지면 대성황이었다. 500명이 북적거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신랑·신부·혼주는 하객들한테 인사하느라 밥도 제때 못 먹었다. 김씨가 나중에 친구를 만나 "그날 밥을 잘 먹고 갔니?" 하고 인사했다. 친구가 웃었다. "너 결혼식 날도 나한테 똑같은 거 물었어. 기억 안 나니?"

    결혼식 보름 뒤 다른 친구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그곳은 바로 김씨가 2주 전에 결혼한 장소였다. 김씨는 "예식장에 앉아있는데 뭔가 낯설었다"고 했다. 신부 입장 행진곡, 꽃 장식, 축가, 식사 메뉴…. 자신은 뭐든지 남다르게 했다고 자부했는데, 실제로는 사람 얼굴만 다르지 친구 결혼식과 '복제 상품' 같았다. "저도 같은 음악에 맞춰 같은 길을 걸었을 텐데 꼭 처음 듣는 것 같았어요." 친구 결혼식과 자기 결혼식에 차이점이 있다면, 정작 자기 결혼식은 생각이 안 난다는 점이었다.

    왜 똑같아 보일까

    영국 기자 앤드루 새먼(47·포브스 특파원)이 "한국 결혼식은 아무리 화려해도 '대량 생산(mass production)'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도 '결혼식이 상품화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처럼 판에 박힌 듯 획일적으로 상품화된 사회는 흔치 않다"고 했다.

    예식장, 웨딩 컨설팅 업체, 드레스 숍, 스튜디오 할 것 없이 어딜 가나 패키지 상품을 보여주며 "이 중에서 고르라"고 권한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한다. 남들처럼 하려면 이걸 고르고, 남들보다 낫게 하려면 저걸 추가하라"는 식이다. 뭘 얼마나 추가하건 '남보다 돈을 더 썼느냐, 덜 썼느냐'만 다르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갔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함 교수는 "개성이란 평소 취미·소신·철학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지, 남보다 비싼 패키지를 샀다고 생기는 게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업체, 어떤 브랜드를 골랐다'는 걸 개성으로 착각한다"고 했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추억은 못 만들지요."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