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린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결혼하시겠습니까?"

취재팀이 신랑·신부·혼주 101쌍을 인터뷰하면서 매번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이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그렇게 안 하겠다"고 했다(32쌍). 나머지도 대부분 "결혼식이라는 게 원래 거기서 거기" 등으로 대답했지, "내 결혼식이 의미 있고 흡족했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다.

"자고 나니까 결혼식에 들인 비용이 아까워요. 거의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곳에서 부부가 되잖아요. 1시간도 안 걸리는데 1000만원 넘게 썼어요. 그냥 저축하거나 신혼여행이라도 좋은 데 갈걸…." (양영미·가명·33)

"날짜가 닥칠수록 기쁨은 별로 없고 '굳이 이런 결혼식을 올려야 하나' 회의가 들었어요."(박연주·가명·28)

이들은 각자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씩 공을 들여 결혼 준비를 했다. 새벽까지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말마다 웨딩박람회를 돌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아직 식을 올리지 않은 예비부부 11쌍 빼고, 나머지 90쌍 중 41쌍이 "신부 입장부터 피로연까지 결혼식 전체가 1시간도 안 걸려 후딱 끝났다"고 했다. 그러느라 들어간 돈이 101쌍 평균 2264만원이었다. 한국 직장인 평균 연봉(2012년 기준 2960만원·국세청)에 근접하는 액수다. 다들 "하객에게 인사하느라 정신없었다"고 했지만 "축의금이 많이 남아 보탬이 됐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요컨대 힘은 힘대로 들고, 돈은 돈대로 들고, 감동도 없었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