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네덜란드 국왕, 日王 앞에서 "아픈 歷史(2차대전때 위안부 강제동원 등) 잊지 않고 있다"

입력 2014.10.31 03:01 | 수정 2014.10.31 10:26

[도쿄 王宮 만찬 답사에서 일본의 침략史에 일침]

"전쟁 상처·슬픔 지금도 남아… 화해하려면 고통 인식해야"
日王 "그 기억 지우지 않고 친선 위해 더욱 노력할 것"

29일 밤 일본 도쿄 왕궁에서 열린 일왕 주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부부 환영 궁중 만찬은 화기애애했다. 빌럼 국왕은 만찬 답사에서 일본 전통 시를 인용하며 양국 교류 역사가 400년이 넘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 이외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도 양국 왕실 관계가 친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빌럼 국왕은 지난 29일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에 가한 침략사에 대해서는 한 치 양보도 없었다. 빌럼 국왕은 "선조가 남긴 자랑스러운 역사도, 아픈 역사도 모두 계승해야 한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민간인과 병사가 체험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잊을 수도 없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를 점령, 네덜란드 병사와 민간인 10만여명을 수용소에 감금하고 민간 여성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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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 日왕세자빈은 11년만에 궁중 만찬 참석 -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빌럼 알렉산더르(앞줄 왼쪽에서 셋째) 네덜란드 국왕이 29일 도쿄의 왕궁에서 열린 궁중 만찬에서 아키히토(明仁·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일왕의 환영 인사에 대한 답사를 하고 있다. 이날 석상에는 적응 장애 등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마사코(雅子) 일본 왕세자빈도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마사코 왕세자빈, 미치코(美智子) 일본 왕비,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아키히토 일왕,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 /AP 뉴시스
[뉴스 7] 네덜란드 국왕, 일왕에 “아픈 역사 잊지 않고 있다” TV조선 바로가기
빌럼 국왕은 "전쟁의 상처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희생자의 슬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포로로 노동을 강제당하고 자부심에 상처받은 기억이 여러 사람의 생활에 상흔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양국 우호의 근간이 과거사 인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화해의 토대가 되는 것은 서로 겪은 고통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양국 인사 163명이 그의 발언을 경청했다.

이날 발언은 예고돼 있었다. 네덜란드 프란스 팀머만스 외무장관은 이달 초 국왕의 방일 관련 일본 기자 간담회에서 "2차 대전 중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문제가 '강제 매춘'이라는 것에 어떤 의심도 없다"면서 "고위급 접촉을 할 때 항상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이날 빌럼 국왕의 처지를 의식한 환영사를 준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랜 기간 만들어진 양국 간 우호 관계가 전쟁으로 손상된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라며 "우리는 그 기억을 지우지 않고 양국 간 친선에 더욱더 노력할 것을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베아트릭스 여왕이 몇 번이나 전쟁 희생자에 관해 이야기했다"고도 했다.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이 1971년 네덜란드를 방문하는 등 양국 왕실은 친밀한 관계였지만, 빌럼 국왕 모친인 베아트릭스 전 여왕은 히로히토 일왕 생존 시에는 일본을 찾지 않았다. 히로히토 일왕의 1989년 장례식에 네덜란드 왕족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일왕에 대한 국민감정을 의식해서였다. 베아트릭스 전 여왕은 1991년 일본을 처음 국빈 방문했을 때 전쟁 포로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의 하나"라면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픔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왕실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적응 장애증을 앓고 있는 마사코(雅子) 왕세자빈도 11년 만에 궁중 만찬에 참석했다. 마사코는 작년에 11년 만의 해외 공식 방문으로 빌럼 국왕 즉위식에 참석했다. 마사코는 지난 2006년 네덜란드 왕실 초청으로 요양차 2주간 가족 동반으로 네덜란드 왕실 별궁에 묵었으며 당시 왕실과 가족끼리 교류했다. 이날 만찬에서도 빌럼 국왕과 가까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빌럼 국왕은 내달 3~4일 네덜란드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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