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열정, 그게 난관을 이기는 힘

조선일보
  • 김성윤 기자
    입력 2014.10.31 03:02

    -이탈리아 와인 고급화 주역 안젤로 가야
    주변 만류에도 품종·숙성법 혁신 "한국 전통주, 정체성 담아내야 성공"

    ‘이탈리아 와인의 전설’이 된 가야에게 막걸리·청주 등 한국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술만큼 땅과 문화를 반영하는 음료는 없습니다. 술이 곧 그 지역과 국가의‘영혼’이랄 수 있죠. 한국 전통주가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다면, 세계시장에서 반드시 인정받을 겁니다.”
    ‘이탈리아 와인의 전설’이 된 가야에게 막걸리·청주 등 한국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술만큼 땅과 문화를 반영하는 음료는 없습니다. 술이 곧 그 지역과 국가의‘영혼’이랄 수 있죠. 한국 전통주가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다면, 세계시장에서 반드시 인정받을 겁니다.” /성형주 기자
    1980년대만 해도 이탈리아 와인은 '싸구려'란 이미지가 강했다. 그랬던 이탈리아 와인의 품질과 인식을 혁신한 인물이 안젤로 가야(Gaja·74)이다. 가야 와인을 수입하는 신동와인 초청으로 방한한 가야를 30일 만났다. 그는 이탈리아 와인 업그레이드에 나서게 된 계기로 "1960년대 영국인들의 평가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가야는 21세이던 1961년 가족 와인사업에 참여한 직후 아버지 권유로 가장 중요한 와인시장이던 영국 런던에 갔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에는 프랑스 와인뿐 이탈리아 와인은 들여놓지도 않더군요. 대중식당에서 간신히 찾았다 해도 싸구려로 여겨졌고요."

    집에 돌아온 가야는 아버지에게 "토종 네비올로(Nebbiolo) 포도 품종 대신 프랑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심어보자"고 했다. "그 품종이 꼭 좋아서가 아니었어요. 세계적 고급 와인으로 인정받던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 사용되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이탈리아에서도 잘된다면, 재평가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향인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에서 800년 넘게 심어온 네비올로가 아닌 다른 포도로 와인을 생산한다는 건 '이단'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버지가 불같이 화내며 "절대 안 된다"고 고함쳤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설득해 가족 포도밭 일부에 심었다.

    가야는 혁신을 계속했다.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송이를 대폭 솎아냈다. 그러면 남은 포도의 당도가 높아져 와인 품질이 향상된다. 대신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웃들은 아버지를 찾아와 "이러다 당신네 집안 망한다"며 걱정했지만, 그는 밀어붙였다. 이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대형 떡갈나무통과 함께 프랑스제 소형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시켰다. "최고의 와인이라는 변함없는 목표를 위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켜야 하죠."

    실험은 성공했고, 우수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가야 와인이 세계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비싸게 팔리는 걸 본 다른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들도 가야를 따랐고, 이탈리아 와인은 고급 와인으로 자리 잡게 됐다.

    가야는 "장인(匠人)에게는 무엇보다 열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열정은 자동차 윈도와이퍼와 같아요. 비를 내리지 않게 하거나 멈출 수는 없지만 계속 운전할 수 있게 해주죠. 열정이 인생의 난관을 막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난관이 닥쳤을 때 견디고 일을 계속하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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