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7부-2] '남들만큼'에 허리 휘는 결혼

    입력 : 2014.10.29 03:07 | 수정 : 2014.10.29 14:56

    [위만 쳐다보는 세태… 兩家 합쳐 8000만~5억 쓴 사람들]

    -신혼부부 101쌍 만나보니
    "조촐한 결혼식 하려 했는데… 남과 비교하다보니 비용 눈덩이"

    전셋값 2억4000만원 대고도 "더 못해와 미안" 新郞이 사과까지

    1200만원 반지·800만원 시계 며느리에게 해주고도 "우린 안한 것과 똑같아"
    "집 사준다고 약속해 놓고 전세 얻는다고 해 야단쳤다"
    "며느리 임신, 웃음 안나와… 아들이 혼자 벌어야 하는데…"

    석 달간 신혼부부 101쌍을 만나면서 취재팀이 자주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원래는 결혼식을 작게 하려고 했다"였다. 신랑이건 신부건 양가 부모건 "일이 자꾸 커지더라"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원인이 뭘까. 작년 10월 결혼한 이경미(가명·29)씨가 한마디로 요약했다. "비교하거든요."

    "상견례 때 양가 부모님이 '생략할 거 다 생략하자'고 했어요. 그렇게 못 했죠. 우리 세대건 부모님 세대건 듣는 게 많다는 게 문제예요. '이 정도는 해가야 하나 보다' '그럼 나도 받아야지' 하는 심리가 자꾸 생겨요."

    이씨는 신랑 회사에서 사택을 내줘 집값이 안 들었다. 지방이라 결혼식장 밥값도 서울보다 훨씬 쌌다(1인당 2만5000원). 그래도 3000만원 넘게 썼다. '남들도 보내니까' 신부 집에서 신랑 집으로 현금 500만원을 보냈다. '남들도 샀다니까' 유명 브랜드 가구를 샀다. '남들도 했다니까' 1시간 식 올리는 데 밥값 빼고도 300만원씩 따로 받는 대형 예식장에서 식을 올렸다. "지나니까 아깝죠. 반은 아낄 수 있었는데…."

    '남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결혼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모는 말로만 '애들 인생은 애들이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 마음속으론 '자식 결혼=내 인생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돈댁에 책잡혀서 자식이 고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작동한다. 그 결과, 대다수 부모가 자기보다 잘살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사는 사람과 끊임없이 스스로를 견준다. 우리가 '남들'이라고 말할 때 그 남들은 대체로 우리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중산층 부모가 자녀 결혼시키는 데 지출한 주요 비용.

    그렇다면 남보다 풍족하게 자식을 결혼시킨 사람들은 과연 남보다 행복할까? 취재팀이 조사 회사 메트릭스와 함께 최근 2년간 양가 합쳐 8000만~5억5500만원씩 쓰고 자식들을 결혼시킨 중산층 어머니들을 심층 인터뷰해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딸 시집 보내느라 1억5000만원을 쓴 이미숙(가명·60·성남시 분당구)씨는 "날짜 받아놓고 잠이 안 와 수면제 먹고 잤다"고 했다.

    자식 결혼시킬 때 남보다 돈을 더 쓰면 남보다 행복한지 알아보려고 중산층 어머니 네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네 명 다 "상대방이 잘해왔다"는 말은 해도 "그래서 흡족하고 행복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양가 합쳐 8000만~5억5500만원씩 쓰고 자식을 결혼시킨 사람들이다.

    "집값 보태면 나댄다"

    아들 가진 서민 부모는 열이면 열 "다른 거 안 해와도 좋으니 사돈이 집값 좀 보태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미란(가명·57)씨는 아들 장가보낼 때 사돈 부부가 먼저 "집값 절반을 내겠다"고 나섰다. 보통은 기뻤을 것 같은데, 이씨 반응은 꼭 그렇지도 않았다.

    "아들이 평소 '강남에 계속 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어요. 강남 사는 사람은 강남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거든. 아들은 명문대 나왔는데 며느리는 이름 없는 학교 출신이에요. 제가 마땅찮아 하니까, 아들이 '엄마, 걔네 아버지 5대 그룹 임원이야. 집값도 보탤 수 있대. 여유 있는 집 딸 데려오라며?' 하는 거예요. 사실 우리 힘만 가지고는 신도시로 갔을 텐데, 그쪽에서 2억원을 보태 아들이 원하던 대로 우리랑 같은 단지에 전셋집을 구했어요. 근데 집값 좀 보탠다고 안사돈이 나대는 게…. 아유, 매사에 의견이 분명하시더라고."

    이씨는 강남에 살지만 아파트 한 채(112㎡·34평) 말고 다른 재산이 없다. 남편이 대기업 다니다 지병으로 퇴직했다. 아들 준 돈 1억7000만원 중 5000만원은 대출이다. 그 와중에도 며느리에게 1200만원짜리 반지와 800만원짜리 시계를 사 줬다. 사돈이 답례로 명품 양복·가방·지갑을 600만원어치 사 보냈다. 그런데도 이씨는 "주위 엄마들이 '아들 보낼 때 뭐 받았느냐'고 묻길래 '우린 아무것도 안 했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들은 훨씬 많이 주고받으니까, 자기 정도는 안 한 거나 똑같다는 얘기였다.

    "평수가 왔다 갔다 하길래"

    송파구에 사는 장영미(가명·59)씨와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이미숙(가명·60)씨는 둘 다 신혼집 사 오는 사윗감을 맞았다. 이쪽도 가만있을 수 없어 집값 보태고 혼수 마련하는 데 각각 1억~1억5000만원쯤 썼다. 그래도 두 엄마는 "속상했다"고 했다.

    장씨는 "저쪽에서 좀처럼 신혼집 문제를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더라"고 했다. "처음엔 전세 해준다고 했다가, 사 준다고 했다가, 도로 전세 얘기 하다가…. 저는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딸과 공동 명의로 해준다기에 1억원을 보태기로 결심했어요. 저쪽에서 그 돈 받아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 줬죠."

    "세상이 무서우니까"

    이씨는 더했다. "신혼집 평수가 자꾸 왔다 갔다 하고, 애초엔 사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은 세 얻는다고 하고…. 사위를 불러 '정직하지 못하다'고 호되게 나무랐어요." 신랑 집에서 전셋값 2억4000만원을 대주는 것으로 소동이 일단락됐다. 그중 1억5000만원이 대출이라는 게 이씨를 두고두고 화나게 했다. 사위가 딸에게 "미안하다, 우리 집이 이렇게 돈 없는 줄 몰랐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결혼식은 특1급 호텔에서 치렀다. 이씨가 "난 초라한 게 싫다"고 했다.

    이씨에겐 딸 말고 아들도 있다. 내년 여름 결혼한다. 아들 주려고 4억원짜리 아파트를 봐 놨다. "하지만 바로 주진 않으려고요." 이씨의 계획은 '아이 셋 낳으면 날개옷을 돌려준다'던 옛날 얘기를 연상케 했다.

    "지금 당장은 '엄마·아빠가 1억5000만원 대줄 테니, 네가 보태서 빌라를 구하라'고만 할 거예요. 잘 사는지 4~5년 지켜보고 그때 가서 아파트를 주려고요. 요샌 세상이 무섭잖아요. 아파트를 아들 이름으로 사서 남편 앞으로 가등기를 해두면, 아들이 마음에 안 들 때 언제든 남편 앞으로 명의를 바꿀 수 있어요."

    임신이 안 반가워

    중랑구에 사는 안희숙(가명·57)씨는 여섯 가구 사는 다세대주택 주인이다. 올 초 서른다섯 살 장남이 "엄마, 내가 결혼하면 얼마 줄 수 있어?" 하기에 '올 것이 왔구나' 했다. 실망은 그 뒤에 했다. "아들이 그동안 4000만~5000만원은 모았을 줄 알았죠. 아니더라고요. '밥 사 먹고 데이트하느라 다 썼지' 이러는 거예요."

    처음엔 아랫집(33㎡·10평) 세입자를 내보내고 아들더러 들어와 살라 하려고 했다. 아랫집을 둘러본 아들이 풀이 죽었다. 화장실이 좁다는 이유였다. 아들이 짠해 결국 월세 받던 집 하나를 전세로 돌려 5000만원을 줬다. 아들은 이후 대출을 받아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안씨는 "얼마 전 며느리가 '아기를 가졌다'고 하는데 웃음이 안 나왔다"고 했다. "며느리가 임신한 뒤 일을 쉬게 됐거든요. 아들이 혼자 벌어야 해요."

    손주 소식이 부담스럽단 얘기는 앞서 딸 가진 엄마 장영미씨도 똑같이 했다. "요샌 뭐든지 부모가 다 해줘야 자식이 앞서가요. 힘들죠. 딸한테 낳아도 하나만 낳으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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