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스 국장은 미국 출신으로, 질병 관련 기구에서 30년간 활동했다. 유엔에이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기구다.

"한국은 드물게 에이즈 신규 감염자가 늘어나는 국가입니다. 에이즈 감염자들을 차별하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크라우스(Kraus) 유엔에이즈(UNAIDS) 아·태(亞太)지원총괄국장은 "한국은 여전히 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며 "내가 한국에 온 이유도 이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이후 세계적으로 새로운 에이즈 감염은 38%나 줄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늘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로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을 꼽았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에이즈 감염자가 610명에서 1114명으로 1.8배 정도 증가했다. 매년 10%가량씩 늘어난 셈이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신규 감염자는 주는 추세이고, 늘어나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필리핀·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밖에 없다.

그는 "감염자들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했는지를 자꾸 밝혀내고 손가락질하니 사람들이 감염 검사를 받기를 꺼리는 것"이라며 "감염자에게 (차별 없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에이즈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차별을 없애야 진단이 늘고, 치료율이 높아지며, 에이즈 전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는 빨리 발견하고 빨리 치료하면 조절하면서 살 수 있는 질병입니다. 그런데 차별로 인해 발견과 치료가 늦어지고 병은 계속 확산되는 겁니다." 에이즈는 복합치료제(칵테일요법)가 개발된 이후, 약만 잘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 것은 물론, 정상인과 다름없이 살 수 있다.

크라우스 국장은 "에이즈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단체와 정부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며 "새로운 감염자가 줄어든 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훌륭한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시민단체와 함께 가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정부와 시민단체가 마약 의존자들이 마약을 끊지는 못하더라도 에이즈 감염은 막도록 주사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가르쳤다는 것이다.

크라우스 국장은 "내년까지 에이즈에 관한 세 가지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새로운 에이즈 감염자' '에이즈 때문에 죽는 사람' 그리고 '편견과 차별'이라고 했다. 특히 에이즈 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2030년까지는 지구촌에서 에이즈를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언론을 통해 비치는 감염자의 모습도 사람들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미디어 역할도 아주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