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그래서 잔혹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

입력 2014.10.27 02:57

佛작가 다리외세크 '가시내' 출간… 性에 관한 직설적 표현에 찬반논란

파격적인 언어로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가시내’의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파격적인 언어로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가시내’의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P.Normand Opale /열린책들 제공
오늘의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마리 다리외세크(45)의 장편 '가시내'(최정수 옮김) 한국어판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왔다. 다리외세크는 책 출간을 맞아 방한해 28일 오후 7시 서울 교보문고 영등포점에서 강연회와 사인회를 열고, 29일 오후 5시 이화여대에서 '번역, 제약의 글쓰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인문학 석학들을 배출한 파리고등사범학교를 나온 다리외세크는 1996년 첫 소설 '암퇘지'를 통해 청년 실업과 AIDS 공포, 20 세기 말의 불안에 사로잡힌 프랑스 사회를 그려냈다. 30여개 언어로 번역된 '암퇘지'는 젊은 여성이 매춘부로 전락했다가 서서히 암퇘지로 변신하는 과정을 엽기적으로 묘사했다.

이번에 번역된 '가시내'는 1980년대에 사춘기를 맞은 소녀가 성(性)에 눈뜨는 과정을 지나치게 직설적 언어로 그려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지상 논쟁을 싣기도 했다. 찬성 입장은 "금기 없는 현실"이라며 옹호했다. "케이블 TV가 포르노를 방송할 때 태어난 세대가 부모의 돌봄 없이 자라나며 겪은 가슴 아픈 결핍을 냉정하게 그린 소설"이라고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반대 입장은 "지나치게 금기를 어겼다"며 "남성 성기를 가리키는 비속어를 63차례나 쓴 것은 너무 심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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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는 주인공인 소녀 솔랑주가 초조(初潮)를 겪은 뒤 점차 자라서 첫 입맞춤과 첫 경험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작가가 상상한 지방 소도시 '클레브'를 무대로 했지만, 작가의 체험이 짙게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는 14~17세 때 일기를 손으로 쓰지 않고, 카세프 테이프에 녹음했다고 한다. 그녀는 "테이프를 들으면서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일기를 재구성하다 보니, 전통 소설 문법과는 다른 서사 방식을 사용했다. 소녀의 체험담이 쭉 이어지는 게 아니라 기억이 토막토막 끊어진 채 등장한다.

다리외세크의 출세작 '암퇘지'가 여성이 돼지로 변신하는 이야기였다면, '가시내'는 소녀가 여자가 되는 삶의 통과제의(通過祭儀)를 그려낸다. 몸의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소녀의 심리를 '그녀'란 3인칭으로 묘사한다. "삶의 이런 어리석음, 이 육체의 어리석은 필요, 이 모든 것의 체증.(중략). 그녀의 사타구니가 뒤집힌 와이 자를 그린다-텅 빈 동시에 가득 찬, 탐욕스럽게 부풀어 오른 이 고집스러운 존재-이것에 이토록 골몰하는 사람이 그녀뿐일까?"

사춘기의 성을 다룬 소설은 지금껏 숱하게 나왔다.'가시내'의 독특함은 성의 개인성과 성적 언어의 사회성이 맺는 관계를 탐구했다는 것이다. 성이란 가장 내밀한 개인 영역이면서 동시에 가장 사회적인 집단 영역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남몰래 성에 눈을 뜨지만, 이미 정해진 성 풍속과 언어를 모방하고 내면화함으로써 점차 사회에 종속된다. 아이들이 성에 관해 밀담을 나눌 때 비속어와 욕설을 섞으며 '악동(惡童)' 연기를 하는 것은 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의식하는 행동이다.

다리외세크는 "이 소설엔 청소년들이 세상과 자기들의 느낌을 설명하려고 종종 '내키지 않는 잔혹함'으로 사용하는 문장들이 숱하게 나온다"며 "그것은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언어의 세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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