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윤지 기자] 솔로남들의 안타까움이 유쾌함으로 승화됐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은 남자와 최근 이별을 경험한 남자 등 솔로남 편으로 꾸며진, 지난 24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는 남자다'의 이야기다. 남자의 시각으로 연애를 조명한다는 점은 JTBC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했지만, 일반인 출연자들의 사연에 집중하며 공감을 끌어냈다. 그리고 이 역할을 주도한 유재석의 힘 또한 돋보였다.

이날 방송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개성 강한 일반인 출연자들이 함께 했다. 연애가 서툰 모태솔로 남성들은 연애를 책으로 배운다거나,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봤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성과의 첫 만남 상황극에선 "과자 드실래요?"라는 엉뚱한 첫 마디부터 "차 한 잔 하자"는 식상한 멘트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별남들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러 밤늦게 전화해 잠을 못자게 한다는 소심한 복수에 MC들은 포복절도했다. 이별한 연인을 두고 "제 여자친구"라고 표현하는 출연자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이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듯 사연을 소개하다 갑자기 아련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추억의 물건을 버리는 개 모양 쓰레기통이 그들을 위로했다.

솔로남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웃펐다'(웃기고 슬펐다). 모태솔로 10,000일을 앞둔 법대생은 수려한 말솜씨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고, 누군가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그와의 기억들을 노래가사로 옮겼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와 MC들의 남다른 입담에 힘입어 다함께 웃을 수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사랑에 아팠고, 그리웠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자다'는 제작 단계에서 유재석의 4년 만의 새 프로그램이란 이유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유재석이 타깃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나는 남자다'의 주인공은 일반인 출연자들이다. 단순한 방청객이 아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녹화 자체를 즐기고자 자리한 이들이다.

유재석의 역할은 방송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가 제 이야기를 할 수있게끔 독려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종종 자리에서 일어나 출연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진행을 하고, 때론 장동민이나 권오중의 거친 '공격'을 받은 출연자를 두둔한다. 상황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그가 있어 출연자들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반인 출연자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유재석. 그가 진정한 1인자인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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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