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주한 미군 감축 관련 발언을 하면서 한·미 양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준비가 된 대화에 복귀하고, 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이뤄지면 위협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수요를 감축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주한 미군 감축 논의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전격적으로 석방하면서 미·북 간 물밑 대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케리 장관의 발언에 대해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에 실질적인 비핵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현재 병력 수준 유지에 관해선 내가 아는 바로는 어떤 논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변인은 "주한미군은 2008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현재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돼 있고, 그런 공약은 매년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비핵화가 되면 그때나 논의할 수 있을 사안 아니겠나. 그런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장관도 일부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 미군 감축은 먼 훗날 비핵화가 실현되는 국면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북한이 파울씨를 석방하긴 했지만, 북한 태도에 큰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미국 당국자들도 현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지 않는 이상 대화의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이후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취지였다.
미국 측도 즉각 진화에 나서면서, 케리 장관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케리 장관의 발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해당 지역 안보 상황의 변화에 따라 주둔 병력 감축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오래된 입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파울 석방을 통해 미국에 손을 내민 만큼 미국으로서도 나머지 억류자 2명을 구출하기 위해서 호응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주한 미군 문제를 일종의 상징처럼 끄집어낸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4일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인 '2+2'에서 주한 미군 관련 내용이 논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