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답을 찾는 과정이 '평화교육'

입력 2014.10.14 03:08 | 수정 2014.10.15 16:06

사회적기업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유엔평화대학 동문인 문아영·전세현씨
일진·왕따… 일상 속 폭력에 노출된 세상
인형극·상황극으로 함께 문제 해결 나서
학생·교사 등 상반기만 4500여명 만나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에서 청소년 대상 세계시민 교육을 진행했는데, 참석하는 아이들이 이른바 우수 학생이에요. 장래 희망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반기문 총장이었어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고요. 그런데 그런 애들이 종종 무심코 '일본 놈들을 다 죽여 버려야 한다' '북한은 그냥 너무 싫다, 폭파해야 한다'는 말들을 내뱉는데, 섬뜩하더라고요. 아프리카의 가난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면서 세계 시민이 된 듯 느끼는 아이들이 정작 자기 반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한텐 공감을 못 하고 그 누구보다 잔인하게 따돌리는 것을 보고 아이러니를 느꼈어요. 이 아이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하기엔 공부가 더 필요했어요."

전세현(30)씨가 코스타리카유엔평화대학교(UPEACE)에서 '평화 교육'을 전공하게 된 이유다. 그곳에서 전씨는 동료 문아영(31)씨를 만났다. 무작정 임용고시를 보는 대신 평생을 두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공부하러 온 문씨였다. 한국에 평화교육 프로젝트 단체를 만들고 싶으니 함께 해달라." 졸업을 앞둔 문씨는 전씨에게 제안을 담은 편지를 썼다.성공회대에서 평화학을 강의하는 이대훈 교수에게도 같은 편지가 전달됐다. 같은 마음이 한데 모아져, 2012년 8월 '평화 교육 프로젝트 모모'의 사무국은 그렇게 꾸려졌다.

막연하게 디딘 첫걸음이었지만, 2013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3기에 선정되면서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꿈꿔오던 일들을 맘껏 벌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타스틱평화교육 1기 워크숍' 국제개발협력에서 치른 갈등과 평화 감수성을 다룬 '모모평화대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평화 교육 워크숍, 평화 교육 자료집 제작….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작은 사업이었지만, 소문은 소문을 탔고 사람이 사람을 불러왔다. 교육청에 홍보한 적도 없는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첫 워크숍 이후 계속 교육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작은 일상에 폭력이 있다'며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는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의 세 여자들. 오른쪽부터 전세현, 문아영, 전은숙씨. 전은숙(30)씨는 1년 가까이 모모에서 진행한 평화교육 전달자 양성자과정이 인연이 되어, 올해 하반기부터 새롭게 모모에 합류하게 된 모모의 '새로운 동력'이다./ 허미영 작가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는 평화, 듣다

"'모모'라는 이름에는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는 뜻과,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온 미하엘엔데 동화주인공 '모모'의 의미가 담겨있어요. 평화 교육이라는게, 시간을 갖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이거든요." (문아영)

과연 평화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미하엘 엔데의 동화책에서 모모가 빼앗긴 시간을 되돌려오는 역할을 했던 이야기를 해줘요. 그러면서 '우리도 공부하느라 너무 바쁘고 학원 다니고 시험 준비하느라한 반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것 좋아하는지 천천히 보고 있을 시간이 없잖아. 오늘은 그런 시간을 보내자'고 얘기해요. 요즘은 다들 '시간 아까우니까 빠른 답을 고르라'고 말하잖아요. 아니면 힘센 사람이 골라 주거나요. 평화 교육은 그런 과정을 천천히 평화롭게 풀어나가 보는 거예요."(전세현)

문씨는 "교실에 나가서 '둘씩 짝짓기'만 해봐도 그 반의 역학이 눈에 보인다"며 "짝을 짓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지만, 또 다 같이 평화롭게 푸는 과정을 겪으며 많이 배우기도 한다"고 했다.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 평화 교육 나갔을 때였는데, 보통 몸 풀기 활동으로 인형극을 하거든요. 그날도 짝을 지어보라고 했는데, 다 같이 빙 둘러 원형에 앉았을 때도 끼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친구가 있더라고요. 그 상황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짝을 만들 수 있을까'를 물어봤는데, 선생님이 정해달라는 아이도 있었고 바로 옆 사람이랑 하자는 친구도 있었어요. 한 친구가 '꼭 둘이서만 짝해야 하느냐'며 '셋이서 하면 안 되느냐'고 묻더라고요. 모두가 가장 좋은 답을 찾아낸 거죠."

문씨는 "교사가, 나이 많은 사람이 늘 옳은 답을 알고 더 현명하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자 그 자체로 새로운 폭력을 만들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고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면, 평화로운 답들을 찾아간다"고 했다.

◇생각보다 가까운 폭력, 평화 노래하다

"둘씩 짝을 지어 상황극도 해봐요. 한 명은 인형 역할, 한 명은 끈으로 연결된 조종자 역할을 하는 거예요. 조종자가 시키는 대로 인형은 움직이고 행동해야 해요. 하고 나서 각자에게 느낌을 물어요. 인형인 친구들은 '복수하고 싶었다' '시키는 대로 하니 개가 된 것 같았다' 하면서 부정적인 느낌을 이야기하고, 시킨 아이들은 보통 '편했다' '잘 안 따라와 줘서 화났다' 같은 반응이에요. 역할을 바꿔서 또 해보면서 사회 안에서 이런 관계가 또 어디 있을까 생각해봐요. '일진이랑 진따, 선생님과 학생, 엄마랑 나'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거든요. 일상생활 속의 아주 작고 구체적 모습으로 나타나는 폭력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거죠."(전세현)

"시작할 때만 해도 학생들을 직접 만날 생각은 없었다"는 모모. 언젠가부터 만나는 학생 수가 교사 수를 뛰어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평화 교육을 통해 만난 사람은 3100명. 올해는 상반기에 만난 이만도 4500여명이다. 이제는 평화 교육 전달자 양성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한 이유다. 올해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H-온드림 펠로로 선정되면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평화 교육이라고 하면 안보·통일 교육으로 국한 지어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폭력이 작은 일상이듯, 평화도 마찬가지예요. 자꾸 물음을 던지고,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 시간을 내어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 조금 더 평등해지고,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요."(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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