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괜한 엄포로 '사이버 亡命 소동' 불러온 검찰의 헛발질

조선일보
입력 2014.10.04 03:05 | 수정 2014.10.06 12:32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업체인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는 기간을 5~7일에서 2~3일로 단축하겠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톡 가입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억6000만명이고, 국내 이용객만 3875만명(2분기)에 달한다. 카카오톡은 이용자들이 휴가나 해외 출장으로 대화 내용을 즉각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5~7일 여유를 두고 서버에서 대화 내용을 삭제해 왔다. 이번에 저장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카카오톡이 대화 내용 저장 기간을 단축한 것은 대화가 유출돼 사생활이 감시받을 수 있다는 이용자들의 불안감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달 18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이버 명예훼손을 상시(常時) 단속하겠다며 전담 수사팀을 만들면서 그런 불안감이 증폭됐다. 검찰이 뒤늦게 "실시간 감시 대상은 인터넷에 국한되고 모바일 메신저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 끄기에 나섰지만, 놀란 메신저 이용자 수십만명이 외국 서비스로 대거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亡命)' 소동까지 빚어졌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인터넷·SNS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돼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다. 일각에선 '단순히 글을 퍼나르는 것 정도야 무슨 문제냐'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 검찰이 사이버상의 인권 침해 행위를 더 신속하게 수사해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하루 평균 메시지 전송 건수가 60억건을 넘어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하다. 검찰이 24시간 감시하고 싶어도 기술적으로 도저히 안 되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검찰은 무턱대고 '실시간 감시·상시 수사' 엄포를 놓는 바람에 모바일 메신저까지 무차별 사찰(査察)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만 확산시키고 말았다.

카카오톡이 대화 저장 기간을 단축하면서 검찰은 그 기간 내에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범죄 증거를 수집하기도 힘들어졌다. 검찰 스스로 제 발등 찍은 꼴이다. 검찰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인식이 국민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또 한 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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