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일 사퇴하면서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재임 기간 당내에서)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平衡水)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 대여(對與) 협상 대표로 나서 두 번이나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강경파 반대에 밀려 거둬들여야 했다. 또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여권 출신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영입하려다 역시 강경파 반발에 부닥쳐 관철하지 못한 채 탈당 소동까지 벌였다. 강경파 뒤에는 다음 당권을 노리는 계파 보스급 중진 의원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앞서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이념적으로 좌파적 생각을 가진 강경한 사람들이 당을 죽이고 있다"고 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박 원내대표 자신이 5개월 전 원내대표가 되기 전까지는 자타(自他)가 인정하는 강경 투쟁파였다는 사실이다. 대표적 예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31일 개인적인 반대 소신을 앞세워 여야 원내대표가 처리키로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의 법사위 통과를 거부하고 나선 일이다. 그 때문에 여야 의원 모두가 국회에서 밤샘 대기해야 했고, 올해 예산안이 1월 1일 오전 5시에야 통과됐다. 지난 5월에는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기초연금법에 불만을 표시하며 법사위 사회를 거부했다. 이랬던 박 원내대표까지 '강경파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촉구하고 나섰으니 야당 강경파의 폐해(弊害)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야당은 지금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위기에 빠져 있다. 야당이 상식과 이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이념이나 계파적 이해에 매몰돼 투쟁만 외치는 강경파에 휘둘려왔기 때문이라는 건 야당 사람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야당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었던 선거였던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이유도 그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선거만 끝나면 '달라지겠다' '고치겠다'고 해놓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이번 주부터 가동된 야당 '혁신위원회'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야당 혁신'은 다른 게 아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강경파가 득세하고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고질병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백약(百藥)이 무효다. 혁신위가 다른 곳 찾아다니지 말고 '원조 강경파' 박 원내대표부터 초청해 그동안 겪은 일을 듣는다면 당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쉽게 답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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