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이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과 관련해 한 발언을 두고 일반인 유가족들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 대변인은 지난 23일 오후 고려대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취임 후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특별법안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종이 한 장을 꺼내 '청와대'라는 글자를 써서 보여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그 이후 바로 일반인 희생자들의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여당이 유가족의 특별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24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같은 날 오전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리 운전 기사를 폭행할 때 현장에 함께 있었다.

유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 여당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 부여를 반대하는 이유가 청와대에 대한 수사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사범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대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유 대변인을 포함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22일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서울 지역 각 대학을 돌며 수사·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 등을 알리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유 대변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일반인 대책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명교(33) 일반인 대책위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일반인 유가족들은 김무성 대표와 만난 적도 없고 간담회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김 대표가 청와대라는 글자를 써서 보여줬다는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전태호(39) 일반인 대책위 부위원장도 "확인되지 않은 말을 퍼뜨리는 것은 유가족 간에 분열을 조장할 뿐"이라며 "유 대변인은 허위 사실임을 인정하고 말을 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유가족은 "유 대변인이 소설을 쓰고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일반인 대책위는 전했다.

김무성 대표 측도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들은 만났지만 일반인 유가족과는 만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일반인 대책위는 "유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더니 전명선 신임 가족대책위원장이 '확인해보겠다'고 한 게 전부"라며 "발언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대책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반론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들의 순회 간담회에 대해 대학이나 대학생 차원의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다음 달 2일까지 17개 대학을 돌며 간담회를 한다는 계획이다. 성균관대는 24일과 26일 각각 경기도 수원캠퍼스와 서울 종로 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간담회 두 건에 대해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24일 연세대에서는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이 간담회를 열기에 앞서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자유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오후 4시 30분쯤 이 대학 백양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