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민희 기자] “차태현씨 외에는 그냥 일반인 아닌가요. 아니 남상미씨라도 나왔더라면 할 말이 많은데. 오늘은 그냥 ‘1박 2일’ 차태현과 일반인 특집 같은데요.”
역시 독했다. ‘라디오스타’ MC들은 게스트를 앞에 두고도 거침이 없었다. 이에 영화 ‘슬로우비디오’ 홍보 차 출연한 차태현은 크게 웃었고, 김영탁 감독과 김강현은 안경을 매만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차태현을 제외하고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니 MC들이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대치도 낮았다. 과연 스타가 아닌 이의 말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 초반 ‘라스’ MC들은 오달수와 남상미의 불참을 진하게 아쉬워했다.
하지만 반전이었다. 김영탁 감독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이날 김 감독은 어느 카메라를 봐야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등장해 신선한 웃음을 자아냈다. 늘 카메라 앞에 서지만 방송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카메라 렌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고, 차태현이 말하는 도중에는 스튜디오 조명을 구경하느라 눈동자가 바빴다.
자신이 각색한 영화 ‘바보’에 대해 혹평을 들어도, 믿었던 배우 차태현이 “김영탁 감독님은 절대로 천만 관객이 드는 감독이 못 된다”라고 디스해도, 심지어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과 대놓고 비교해도. 김영탁 감독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조근조근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했다. 분명 달가운 표정이 아닌데도, MC들이 요구하는 중국 어린이 성대모사, 장풍 맞은 연기 등을 힘없이 꿋꿋하게 완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로 인해 김 감독은 조금은 허술하고 어리숙한 이미지가 됐지만, 실상은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회사인 20세기 폭스사의 투자를 받은 유능한 감독이었다. 특히 차태현은 “영화 ‘슬로우비디오’는 처음부터 폭스사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영화 ‘런닝맨’에 이어 두 번째”라며 영화 ‘헬로우고스트’ 흥행 후 김 감독을 눈여겨봤던 폭스사에서 김 감독의 차기작에 믿고 투자한 것임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제작된 영화 ‘슬로우비디오’는 찰나의 순간까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동체시력을 소재로 한 영화. 김 감독은 “영화가 조금을 지루할 수 있다”라고 솔직하게 자평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태현씨가 저에게 큰 힘이 되는 게 이번 영화가 사실 아주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최대한 사람들이 좋아하게 찍지만 감독으로서 포기 못하는 게 있는데, 사람들에게 호감 있는 배우 차태현 덕분에 많이 포기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라고 고마움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촬영장에서 둘만 웃고 있다는 김 감독과 차태현. 코드가 잘 맞는 두 사람이지만 차태현은 “감독판은 800만명 이상이 돼야 나온다. ‘슬로우비디오’가 만약 감독판이 나오더라도 완전 지루할 거다”라고 돌직구를 던져 좌중을 폭소케 했다.
차태현은 시나리오 위주로 출연여부를 판단하다보니 신인감독과의 작품이 많은 편. 그는 “결정적으로 제가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 같은 명성있는 분들에게 섭외를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셀프디스했지만, “신인감독님은 무조건 편을 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는 100% 산으로 간다. 소위말해 주연배우가 을 중에 슈퍼 을인데 갑을 이길 수 있는 건 슈퍼을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주연배우가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 영화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동료배우들도 새겨야 할 배우의 자세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재치있는 입담과 예능감으로 호감인 배우 차태현과 ‘차태현 바라기’ 김 감독의 동반 출연은 웃음과 감동을 한데 선사하며 시선을 모았다. 여기에 느리지만 자기 색깔이 뚜렷한 두 사람의 출연은 깊은 인상을 남기며 소장하고 싶은 특집을 완성했다.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