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한국이 일본식 장기 침체 피하려면

  •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입력 : 2014.09.25 05:36

    老人 20년 후 日처럼 4명에 1명
    축적 資産 적어 더 위험하지만 海外 수요 활용해 內需 만회하고
    경제개혁 통해 경쟁력 확대하며 재정 보조로 노동 참가율 늘리길
    換率 안정에도 노력 기울여야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국이 과연 일본식 장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까? 확답은 힘들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정부 정책이나 개인의 행동에 따라 바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듯하다.

    비관론의 바탕에는 일본과 비슷한 한국의 인구구조가 있다. 한국은 현재 10명당 1명 정도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일본의 1990년대와 비슷하고 현재의 미국이나 호주보다는 낮다. 하지만 한국은 향후 20년간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미국이나 호주를 추월하여 현재의 일본처럼 4명당 1명이 노인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년 후에는 한국인의 중간 연령이 한참 일하는 나이인 40세에서 퇴직을 생각하는 50세로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 뿐 아니라 노후 대책으로 저축을 늘리게 되어 내수도 점차 지속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산업과 무역 구조, 섬이나 다름없는 입지 조건, 다민족 사회에 대한 대중의 소극적 수용 자세 등에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 저성장과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의 동시 진행, 이로 인한 저물가 등은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치적 고려가 점점 강해지면서 경제개혁의 추진력이 저하되는 것도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들어가는 징조로 볼 수 있다.

    반면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요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이 일본보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필요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의 큰 실망과 같이 희망과 기대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한국이 많이 뒤처지는 점이 있는데, 한국은 고령화 대비 자산 축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외 자산에서 부채를 뺀 해외 순자산을 보면 한국의 해외 순자산은 가계당 마이너스 1000달러 정도인 데 비해 일본의 해외 순자산은 가계당 6만달러를 상회하고 부채를 포함한 해외 자산은 가계당 16만달러에 육박한다. 경제 전체의 해외 자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본과 같은 지속적인 저성장과 자국 통화의 강세는 궁극적으로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거시경제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일본의 장기 침체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고, 1970~80년대의 경제 기적을 이룬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나이 들어서 가족과 자신을 위해 힘든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 유리한 결정적 차이점도 있다. 한국은 20년 전 일본과 달리 해외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말 일본은 세계경제의 17%를 차지하는 둘째 경제 대국이었고, 당시 거의 유일한 해외시장은 세계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미국이었다. 한국은 그간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했지만 아직도 세계경제와 무역의 2~3%를 차지하는 데 불과하다.

    이는 한국 경제가 애초 크지 않았던 것이 주된 이유지만 세계경제가 그동안 많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에 소련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 경제가 세계경제에 편입되었고, 특히 중국은 이후 지속적으로 빨리 성장하여 세계경제의 13%를 차지하는 둘째 경제 대국이 되었다. 이 때문에 향후 약화하는 한국의 내수는 상대적으로 빨리 성장하는 해외 수요로 대부분 대체 가능하고 점차 부족해지는 노동력은 노동 참가율, 특히 여성의 참가율을 일본 정도로만 올려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북한과의 경제 통합은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지만 이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고 별도의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한국의 일본식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정책 당국의 우려는 역설적으로 한국이 그런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여 지속적으로 대외 경쟁력을 늘릴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하고, 제도 개혁과 효율적인 재정 보조를 통해 노동 참가율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 소득 증가에 따른 점진적인 임금 경쟁력 저하는 자연적인 추세이므로 수동적으로 회피하기보다는 생산성 향상, 서비스 부문의 현대화, 제조업의 효율적인 국제 분업화 등으로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볼 때 거시적으로는 환율의 안정성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경기에 앞서가는 원화의 과도한 강세는 디플레이션 압력, 경기 회복 둔화, 수출 경쟁력 약화를 가속화시켜서 일본식 장기 불황의 덫에 빠질 위험을 증가시킨다. 금년 말에 시작되는 역내(域內) 위안화 시장이 언제나 달러 일변도였던 한국 외환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와 과도한 원화 절상 압력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한국 사회 전체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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