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과 LG 냉장고 같은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고가(高價) 가전제품은 대부분 한국산이에요. 그 첨단 과학기술에 매료돼 유학 왔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겜메추 베켈레 토로사(19·사진)군은 작년 에티오피아 대학입학시험에서 최고 득점을 올린 전국 수석이었다. 명문 아디스아바바대 의대에 입학했던 그는 이번에 한국의 KAIST 학사과정 가을학기에 새로 입학했다. 그는 "더 나은 교육시설과 우수한 교수진이 있는 대학에서 최첨단 공학과 뇌과학을 공부하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밤에 전기가 끊겨서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 없어요. 강의실에는 에어컨도 컴퓨터도 없습니다. KAIST에서는 최첨단 환경에서 전기 걱정 없이 밤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어 천국 같아요."
토로사군은 집안이 어려워 갓난아기 때부터 할아버지·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부모와 함께 산 것은 아홉 살부터였다. 생활이 어려웠어도 책을 놓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까지 매일 왕복 10㎞를 걸어 다녔다. 그러면서도 전기가 끊길 때까지 하루 10시간씩 공부했다. 그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정말 즐겁다"며 "수학과 화학이 특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KAIST에서 듣는 영어 강의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어 강의는 조금 어렵네요. 장차 공학과 의학을 융합한 분야로 진출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