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싼얼병원 實査도 않고 밀어붙인 정부

  • 의학전문기자·사회정책부 김철중

    입력 : 2014.09.1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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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사회정책부

    제주도에 들어설 국내 최초 외국계 투자 개방형(영리병원) 후보인 싼얼병원에 대해 15일 보건복지부가 개설 승인을 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이 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영리병원 등장 시비만 일으킨 채 없던 일이 됐다.

    그 과정을 보면 해프닝에 가깝다. 싼얼병원 건은 지난달 12일 열린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보건 분야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의 주요 사례로 꼽았다. 9월 중 승인 여부를 확정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런데 이제 와 알고 보니 함량 미달이고, 투자자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승인을 불허한 사유를 보면 정부가 진작에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중국 인터넷 검색 사이트만 쳐봐도 모기업 톈진화업 대표가 투자 사기 경제사범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개인용 비행기를 3대 보유한 인물이지만 톈진 지역에서 부채 많은 20인으로 꼽혀 비난을 사고 있다. 베이징의 싼얼병원을 가본 국내 의료계 인사들은 소독약 냄새 나는 우리나라 1980년대 중소 병원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려 한국에 병원을 개설하는 병원이라며 중국 내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과 관련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이 이 병원을 한 번만이라도 실사 방문했어도, 모기업 대표자의 사기 전력(前歷)을 조금만 찾아봤어도 싼얼병원 건을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모기업 대표자의 구속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밀어붙였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 개방형 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시기는 2003년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당시는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계 유명 브랜드 병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의료 브랜드로 한 해 해외 환자 20만명을 유치하고, 국내 병원들이 국외로 진출하고 있다. 국제 병원에서는 웬만한 경쟁력을 가지고서는 한국에 진출해도 승산이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이념적 논쟁을 벌여가며 '영리병원'에 조바심을 내는 한국 정부를 의아하게 본다. 진정 의료산업 투자 활성화를 원한다면 국내 병원의 경쟁력을 키워 해외 진출을 돕고, 대한민국 브랜드의 제약·의료기기·바이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싼얼병원 해프닝을 보면서 정부가 옛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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