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서울대 안경환 명예교수와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를 공동 비대위원장에 내정하는 과정에 문재인 의원이 상당 부분 개입했던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문 의원은 11일에는 박 위원장, 안경환 교수, 이상돈 교수와 '4인 회동'도 갖고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박 위원장은 '외부 비대위원장' 구상을 문 의원에 전하며 인물 추천을 부탁했고,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안경환 교수와 서울대 조국 교수 등 2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문 의원에게 이들 영입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문 의원은 지난 9일 조 교수를 만났지만, 조 교수는 학교 수업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결국 고사했다고 한다.
조 교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안 교수를 접촉했고, 안 교수는 서울 법대 후배인 이상돈 교수와의 공동 위원장직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까지는 박 위원장과 문 의원 측 얘기가 같다.
그러나 이상돈 교수가 등장하는 이 시점부터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박 위원장 측은 "10일 박 위원장이 전화로 이 교수 영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의원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이 교수도 이날 본지 통화에서 "10일 밤 문 의원과 통화를 해서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며 "문 의원이 제게 '우리 당을 이끌어주실 만한 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문 의원 측은 "10일 문 의원이 박 위원장과 통화한 것은 맞지만 '정당 개혁에 대한 능력은 있어도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11일 이상돈 비대위원장 이야기가 공론화되자 문 의원 측은 지도부에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의원 본인은 그 무렵 박 위원장과 이 교수, 안 교수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내 반발이 심하니 '안 교수 위원장, 이 교수 부위원장 체제로 가는 건 어떠냐"는 제의도 했다고 박 위원장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문 의원도 자기 아래에 있는 의원 개개인에 대한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어 당일 밤에는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 등 의원 5~6명이 서울 구기동 문 의원 자택을 찾아갔다. 당시 동석했던 한 의원은 "문 의원이 '이 자리에서 두 분을 통해 당의 혼란을 빨리 정리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구체적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 교수만큼은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문 의원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이 이 교수 비대위원장 영입에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대다수 친노(親盧)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혼란스러워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문 의원은 12일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이 교수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말을 안 했던 것뿐이지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 인사의 영입은 부적절하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