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뱃값 인상 '꼼수 增稅'란 말 듣지 않아야

조선일보
입력 2014.09.12 03:05

정부가 11일 담배에 붙이는 세금·부담금 등을 내년 초에 지금보다 2000원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연(禁煙)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안대로라면 담배 한 갑 가격은 2500원짜리가 4500원으로 80% 오른다. 정부는 담뱃값을 대폭 올려 흡연율을 낮추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고 편의점 등의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2004년 500원 오른 이후 10년간 2500원에 동결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담뱃값 부담이 적다 보니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7%로 OECD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청소년 흡연율은 20%를 넘어서 OECD 성인 평균 흡연율 26%에 육박하고 있다.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을 줄이는 효과가 확실히 나타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담배를 끊겠다는 응답자가 32.3%에 달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3~4배 이상 가격에 민감(敏感)하게 반응한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는 연간 2조8000억원 늘어난다. 그런데 정부는 담배에 붙던 기존의 세금·부담금을 올리는 것 외에 사치품에 붙이는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했다. 2500원짜리 담배는 600원 정도 개별소비세를 더 붙이게 돼 인상분 2000원 중 3분의 1 가까이가 기존엔 없던 세금이 된다. 개별소비세는 중앙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경기 침체로 수조원의 '세수(稅收) 구멍'이 예상되는 중앙정부 재정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이용한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흡연율을 낮추고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담뱃값은 올리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 건강은 명분으로만 내세우고 실제로는 세금을 더 거두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으면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 당장 '꼼수 증세'나 '우회 증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부과되는 담뱃세를 증세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정책은 언제나 솔직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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