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딸이 골라준 핑크색 카디건… 중후한 갈색으로 바꾸세요

  • 이헌 '한국신사' 패션플래너

    입력 : 2014.09.10 03:04

    [11] 갈색 카디건

    갈색 카디건.
    /비노블라 제공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다. 걸쳤다 벗기 좋고 가벼운 카디건이 생각나는 철이다. 그런데 핫핑크 등 다른 옷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감한 색상의 카디건을 걸치고 그 아래 양복바지를 입은 아저씨가 의외로 많다. 직접 골랐을까? 용기 내 물어본 적 있다. 역시나 아내나 딸들의 소행이었다.

    여자들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다른 옷들과의 연관성이나 어울림에 대한 고민 없이 남자의 옷을 선택한다. 우연히 쇼윈도 앞을 지나는데 산뜻해 보였다거나, 아버지와 남편을 향한 측은지심이 문득 발동해 간택됐을 것이다. 아니면 할인 매대에서 싼 맛에 구해온 제품일 것이다. 남성다운 중후함과 은은한 멋을 강력한 펀치로 날려버린다. 아저씨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누가 내게 가을용 카디건을 단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갈색 카디건을 고를 생각이다〈사진〉. 감색 양복에 걸친 갈색 카디건은 색채학적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조합이다. 예로부터 서양 사람들은 이탈리아 말로 '아주로 에 마로네(azzuro&marone)' 즉 파란색과 갈색의 조화를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갈색은 한국 남자들이 선호하는 회색이나 검은색과도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소재도 중요하다. 아크릴 등 저렴한 소재의 카디건은 색이 자연스럽지 않을뿐더러 겨울철 불청객 정전기의 원인이다. 보푸라기도 많이 일어 입는 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캐시미어 같은 값비싼 최고급 소재는 아니라도 울 100% 제품을 선택해 적절히 관리하면 오래 입을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다.

    생각 혹은 계획 없이 구매한 옷은 천덕꾸러기가 되거나, 역시나 생각 없이 입게 돼 아저씨를 볼품없게 만들기 십상이다. 그러니 옷 쇼핑이 귀찮다고 아내나 딸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구매하는 버릇을 들이자. '멋도 전략'이란 광고 문구가 있다. 그 전략은 본인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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