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에선 참수당한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집트에 근거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는 "이스라엘에 자신들의 정보를 넘긴 사람들"이라며 4명의 남성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살해 수법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똑같다"며 "시나이반도에 IS 지부(支部)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IS는 그동안 이라크·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채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에 지부를 만들며 세력을 확장하고 세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테러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테러·군사안보 전문 웹사이트 데브카파일(Debkafile)은 4일 "IS와 알 카에다가 9월 11일 무렵 미국 등을 상대로 테러를 가할 것이라는 믿을 만한 정보를 미국·영국 정보부가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은 IS가 자신들의 트위터에 백악관 등 국가 주요 시설을 촬영한 사진을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중에는 백악관을 배경으로 IS 깃발을 든 모습도 있다.
IS는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와 서방에서 동조 세력을 규합하며 세력을 확장 중이다. 알 카에다를 지지해 온 영어권 과격 이슬람 단체 '혁명 무슬림'의 압둘라 파이잘은 "IS의 칼리프(이슬람 정치·종교 지도자) 신정(神政) 국가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예멘의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핵심 지도부도 IS에 합류했다. AQAP는 5일 미국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주민 3명을 처형했다. 이집트 무장단체 ABM에서도 IS를 지지하는 새로운 분파가 생겨나고 있다. 이번에 IS가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도 체첸공화국 내 이슬람 무장세력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병력 1만~4만명으로 추산되는 IS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데는 든든한 돈줄이 큰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IS는 이라크·시리아 북부를 장악하면서 다수의 유전(油田)을 확보했다. 여기서 나오는 석유를 불법 판매해 수억 달러의 돈을 챙겼다. 알 카에다 등 기존 이슬람 무장단체가 후원금을 받아 활동한 반면, IS는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IS에 절대로 현금을 주어선 안 된다"고 한 이유다. 미국·영국과 달리 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자국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IS에 몸값을 지불했었다.
여기다 이라크군 장교 출신들이 합류하면서 조직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IS는 현지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다가 갑자기 은전을 베풀듯 잘해줘 생존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이 IS의 확산을 더 경계하는 이유는 알 카에다 등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IS는 2004년 알 카에다의 하부 조직으로 출발했다. 이후 투쟁 노선에 따른 이견으로 독립한 후 세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 카에다가 4일 인도에서 지부를 창설하고 파키스탄 등에서 세력 확대에 주력하는 것도 IS를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IS와 알 카에다가 '세계 테러리스트 챔피언'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