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도에 관한 가장 知的이고 뜨거운 서사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4.09.05 03:04

    KBS1 밤 12시 20분 '노예 12년'

    "생각해 보라.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고, 아버지와 남편으로 불렸던 서른 살의 남자가 어느 날, 노새나 말 같은 소유물로 전락했다. 피가 얼어붙는 이야기다."(프레더릭 더글러스, 노예 폐지 운동가)

    영화 '노예 12년' 장면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한 미국 흑인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1841년 일자리를 찾으러 워싱턴에 갔다가 노예 상인에게 납치돼 루이지애나 주의 한 농장에 팔려간다. 그 후 한 캐나다인의 도움을 받아 1853년 1월 구출될 때까지 12년을 그는 노예로 살았다. 그가 노예제도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당하는 과정을 본인이 담담하게 서술한 책 '노예 12년'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영국 영화감독 스티브 매퀸이 이 책을 놓칠 리 없다. 매퀸 감독의 부모는 그레나다(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남부에 있는 도서 국가)의 흑인이다.

    '노예 12년'에는 노예제도에 대한 어떤 변명이나 동정의 여지도 주지 않는 도저한 저항이 흐른다. 노섭의 첫 주인은 그의 지적 능력을 알아보고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그를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영화는 노섭이란 개인의 삶을 세밀하게 다루면서 노예제라는 시스템 오류가 과연 백인의 선함에 기대어 극복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미국 노예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고 조종해 온 노예사 전반과 인간성의 잔혹한 측면에 대한 반성으로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3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13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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