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박찬구 회장.

박찬구(66)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최근 형(兄)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부터 그룹 경영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지만, 상대를 직접 지목해 검찰에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는 3일 박찬구 회장 측 김성채(62)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박삼구 회장과 기옥(65) 금호터미널 대표, 오남수(66)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고소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이들이 부실 기업어음(CP) 4200억원을 발행해 그룹 계열사에 강매해 손해를 보게 한 혐의(배임)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피고소인(박삼구 회장 등)이 업무상 위배(違背)로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고소인 측인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기업어음(CP) 4270억원어치를 발행한 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등 12개 계열사가 모두 사들이게 해 결국 손해를 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일반적인 고소 사건 처리 과정대로 이 사건도 고소인과 참고인을 먼저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고소를 당한 박삼구 회장도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가(家) '형제 다툼'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1984년 타계한 이후 20여년간 형제간 화합 경영이 유지됐지만, 삼남(三男)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사남(四男)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계기로 극심한 이견(異見)을 드러내며 파열음을 낸 것이다.

금호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던 박삼구·찬구 형제는 결국 2009년 7월 동반 퇴진했고 2010년 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분리됐다. 박삼구·찬구 회장은 이후 채권단의 중재로 각각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핵심 회사의 회장직에 복귀했고 형제 다툼은 2라운드로 돌입했다.

2011년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금호석유화학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제보의 배후를 놓고 양측의 비방과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은 깊게 파여 갔다.

올해 2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몰래 빼낸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했다.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자, 박찬구 회장 측에서 주총 결의를 무효로 하고 박삼구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주식 12.6%를 박삼구 회장 계열의 금호산업에 매각하라는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금호가 주변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이번 '공격'이 지난 2010년 분리 경영 선언 이후 이어진 소송전의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