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빠진 이중섭을 구출하라"

입력 2014.09.02 18:14 | 수정 2014.09.02 18:24

이중섭(1916~1956)
이중섭(1916~1956)
1956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이중섭의 은지화(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 3점을 소장하기로 했다. 아시아 화가의 MoMA 입성이었다. 이중섭은 소식을 듣고 “내 그림 비행기 탔겠네”하고 천진난만하게 말한 것으로 지금껏 알려져 왔다.

이 일화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MoMA로부터 소장 사실을 통보받고도 이중섭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쓴 은지화 기증자의 글이 있다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잘못된 기억으로 이중섭에게 신화적인 요소를 덧씌워 왔다”고 주장했다.

이중섭은 한국에서 작품 호(그림 크기의 단위)당 평균 가격이 두번째로 높은 화가다. 비싼 만큼 그의 작품을 둘러싼 진위(眞僞)논란은 잦았고 이목도 집중시켰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 따르면 2003~2012년 감정한 이중섭 작품의58% 가짜였다. 박수근·천경자·김환기 등 유명 화가들보다 위작 비중이 높다.

2005년엔 유족이 직접 내놓은 이중섭 작품조차 가짜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중섭 위작(僞作) 수백점을 가진 대규모 조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위작 논란에 검찰까지 나섰다. 2007년 검찰은 이중섭·박수근의 작품이라는 그림 2800여점이 가짜라는 결론을 내렸다. 위작 논란 여파로 2006년 이중섭50주기는 기념전 하나 없이 지나갔다.

이중섭은 입버릇처럼 자기 작품을 ‘가짜’라고 했다고 한다. 위작이란 얘기가 아니라 수양이 부족하다는 겸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위작 논란은 사후에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이중섭의 지인이었던 김광균 시인은 이중섭의 진짜 은지화를 판별하는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군 레이션에 들어있는 ‘럭키스트라이크’ 담뱃갑 은박지가 진짜라는 것이다.

미술에서 대가의 작품에는 으레 위작이 따른다. 그래서 정확한 감정(鑑定)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진짜라고 판정하는데도 작가 본인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작가가 자기 작품을 알아보고 가짜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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