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어봐 알아" 안면기형 어린이 멘토 된 15人

조선일보
  • 김강한 기자
    입력 2014.08.27 03:02

    -'밝은얼굴 찾아주기 봉사단' 발족
    삼성서울병원서 무료 수술 받은 20대 男女 15명 모여 의기투합
    우울했던 경험 바탕으로 상담 봉사 "외모로 받은 상처 달래주고 싶어요"

    "우리가 받은 사랑을 꼭 돌려주고 싶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지난 23일 충남·전북·경북·경남·부산·강원·경기·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20대 15명이 모였다. 구순구개열, 턱 기형, 소이증(小耳症) 등 각종 안면 기형 질환을 갖고 있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무료 수술을 받고 새 얼굴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날 '삼성 밝은얼굴 찾아주기 봉사단'을 발족하기 위해 모였다. 비슷한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멘토를 자청하고 나선 것. 소이증으로 10년 전에 수술을 받은 박푸른솔(26)씨는 "겪어본 사람만이 그 아픔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외모 때문에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에게 밝은 마음을 되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발대식을 마치고 멘토로서 환아(患兒)들과 친해지는 법, 해서는 안 되는 말 등을 5시간 동안 교육받았다.

    ‘밝은얼굴 찾아주기 봉사단’의 15명 젊은이들.
    ‘밝은얼굴 찾아주기 봉사단’의 15명 젊은이들. 턱이 다소 돌출된 여성, 한쪽 귀가 뭉툭한 남성, 뺨에서 목까지 피부를 이식한 흉터가 남은 여성 등 아직 흔적은 있지만 웃는 얼굴만큼은 밝고 활기차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은 2004년부터 기초생활보호가정의 안면 기형 환아들을 무료로 수술해주고 있다. 10년간 총 673명이 다 합쳐 1838회에 걸친 수술로 '새 얼굴'을 갖게 됐다. 수술비를 합치면 100억원은 된다고 한다. 이날 멘토로 나선 이 모두가 이렇게 새 삶을 얻은 환아 출신이다.

    한승헌(21)씨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귀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로 태어났다. 한씨는 "놀이터에 가면 '귀 병신 왔다'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 결코 잊히지 않는 아픈 기억"이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술을 받고 새 귀가 생겼다. 레슬링 선수처럼 뭉툭한 귀를 본 친구들은 "무슨 운동을 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한씨는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자기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전북대 경제학과에 다니다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재작년 하악 부정교합으로 턱 기형 수술을 받은 서은경(29·가명)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점점 앞으로 나오는 턱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잘 웃지도 않았는데, 수술한 후엔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며 "수술을 앞두고 공포에 떠는 아이들을 찾아가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고, 수술 후의 변화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역시 하악 부정교합으로 2년 전 수술을 받은 박소미(22)씨도 봉사 대열에 합류했다. 박씨는 "외모 콤플렉스, 자격지심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웠는데 수술 후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서 "활기찬 생활을 얻은 데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길래 당연히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 웨딩플래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는 "10년간 환자들 얼굴도 많이 좋아졌고, 우리 의료진은 우리 나름대로 더 큰 목표를 갖게 됐다"며 "아이들의 얼굴 기형을 바로잡는 것뿐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료하고 싶다"고 했다. 봉사단은 교육을 마친 뒤 10월부터 환아들과 멘토링을 맺고 본격적으로 상담 봉사를 시작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