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듯 모두가 한복 입는 날 와야죠"

조선일보
  • 전주=김진 기자
    입력 2014.08.22 03:00

    [20대 '퓨전 한복 전도사' 전주 황이슬씨]

    대학 동아리서 만들어 본 한복 계기, 행사복·연주복 등으로 젊은층 공략
    책 '나는 한복 입고 홍대 간다'도 내

    "전 세계 사람이 한복을 청바지처럼 입게 하는 게 꿈이에요. 독특하고 멋진 한복으로 뉴욕·파리·로마까지 진출할 겁니다. 우선 서울 가로수길과 명동, 동대문에 숍을 내고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입점해야죠."

    퓨전한복집 '손짱디자인한복'을 운영하는 황이슬(27)씨가 최근 '나는 한복 입고 홍대 간다'라는 책을 냈다. 패션 비(非)전공자로 한복 쇼핑몰을 만들어 8년 만에 작지만 건물까지 갖게 된 성공담이다. 지난 8일에는 서울 홍대입구에서 한복 패션쇼도 열었다.

    "고등학교 때 별명이 '패션 테러리스트'였어요. 옷을 직접 산 적 없고, 패션이나 머리에도 관심 없었어요."

    황이슬씨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새벽까지 작업해도 새 디자인을 보여줄 패션쇼를 생각하면 잠자기 싫을 정도라고 했다
    황이슬씨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새벽까지 작업해도 새 디자인을 보여줄 패션쇼를 생각하면 잠자기 싫을 정도라고 했다. /전주=김영근 기자
    변화하기 시작한 건 대학 동아리에서 한복 코스프레에 참여하면서부터다. 2007년 전북대 산림자원학과에 들어가 가입한 만화 동아리 시절 만화 '궁'에 나오는 한복을 본떠 만들어 입고 퍼레이드에 나섰다. 그녀는 "사람들이 '직접 만든 거냐'며 칭찬하길래 블로그나 카페에서 팔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닷새 만에 팔렸어요. 하나 더 만들어서 올린 것도 일주일 만에 판매되더라고요. 퓨전 한복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본격 나서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후 친구도 만나지 않고 집·학교·도서관을 오가며 창업에 매달렸다. 도서관에서 사업자등록증 내기, 쇼핑몰 구축하기, 사진 예쁘게 찍기 등에 관한 책을 탐독했다. 옷감은 부모님의 이불 가게에서 남은 천을 이용했다. 동생이 모델이 됐고, 사진은 거실에서 찍었다. 이렇게 석 달 만에 쇼핑몰을 열었다. 실제 들어간 돈은 사업자등록비 4만5000원이 다였다.

    "학교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주문 상황과 게시판을 확인했어요. 의류학과와 미대(색채학), 공대(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도 들었고요. 졸업한 뒤에는 숙명여대 대학원 의류학과에서 한국 복식을 전공했어요. 일주일에 이틀은 서울로 가서 수업 들으며 사업을 병행하느라 가족들 얼굴 볼 틈도 없었죠."

    틈새시장 전략이 주효했다. 연주복·파티복·행사복 같은 새 수요를 만들며 주로 20대를 공략했다. 현대적 느낌이 나도록 레이스와 벨벳을 쓰고, 면이나 마를 사용해 물빨래도 가능하게 했다. 한복집 가서 치수 재는 번거로움 없이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게 하고, 가격도 10만~30만원대로 낮췄다. 주변에서는 그를 '퓨전 한복 전도사'라고 부른다.

    "처음엔 한 달 매출이 100만원 정도였어요. 문의 전화와 이메일이 늘고'이런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며 격려해준 분이 많아졌어요. 지금은 한 달 매출 2500만원은 돼요. 얼마 전엔 전주에 4층 건물도 샀어요."

    그녀는 즐겁게 일하며 돈도 벌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변 시선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게 표현하라. 돈도 경험도 없다고 주저하지 마라. 아이디어와 의욕만 있으면 바로 창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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