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쉬운 음악? 만들긴 어려워요"

조선일보
입력 2014.08.22 03:01 | 수정 2014.09.24 10:43

새 앨범 낸 팝 밴드 데이브레이크… 80년대 신스팝·디스코 리듬 재현

4인조 팝밴드 '데이브레이크'의 첫 이미지는 악기 연주 잘하는 교회 오빠들 같다. 음악은 부드럽지만 연주는 칼 같다. 이들의 히트곡인 '들었다놨다'의 라이브는 교회 부흥회 같은 분위기마저 약간 있다. 세션의 비범한 리듬 감각과 보컬 이원석(39)의 절묘한 호흡, 그리고 팬들의 '떼창'이 어우러진 장관이 연출된다.

이들이 이번엔 팝의 전성기인 1980년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 EP 'Cube'의 첫 곡 'Waterfall'을 듣자마자 '듀란듀란'이 떠올랐다.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우리가 음악을 듣기 시작하던 때의 그 감수성을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든 프로젝트 앨범이에요. 색깔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보는 게 우리 모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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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레이크의 출중한 연주력은 압도적인 연습량에서 나온다. 보통 때도 별일 없으면 연습실에 나와 5~6시간씩 합주(合奏)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김선일, 김장원, 이원석, 정유종. /김연정 객원기자
4인조 팝밴드 ‘데이브레이크’는 이번엔 팝의 전성기인 1980년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 EP ‘Cube’의 첫 곡 ‘Waterfall’을 듣자마자 ‘듀란듀란’이 떠올랐다. 만난 이들은 “우리가 음악을 듣기 시작하던 때의 그 감수성을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김연정 기자
이번 EP엔 1980년대를 풍미했던 듀란듀란, 컬처클럽 같은 밴드들이 추구했던 기계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디스코 리듬이 적절히 섞인 음악이 담겼다. 키보드 김장원(36)은 "여러 효과 장치를 활용해 그 시대의 신시사이저 음색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복고풍은 아니다. 이 밴드는 어디서도 귀를 파고드는 멜로디 라인을 잘 찾아내는데, 여기에 어깨춤을 자극하는 리듬을 얹을 수 있는 재능을 증명한 것도 이번 앨범의 발견이다. 베이스 김선일(39)과 기타 정유종(34)의 공(功)이다.

"밴드를 하다 보면 '죽이는 걸 보여주자'는 욕심을 부리고, 그러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요. 그런데 관객은 그냥 좋은 노래를 찾아요. 우린 그걸 찾는 과정에 있고요."

한국 밴드들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이들도 오랜 무명 기간을 견뎌냈다. 바닥에서 그들을 끌어올린 것은 TV였다. 2009년 11월 EBS 오디션 '헬로 루키'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KBS '탑밴드' 등 TV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 선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멤버들 모두 '그만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음악을 못 놓겠더라고요. 서로의 실력과 인성이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 아쉬워서(웃음)."

TV 출연과 그에 맞는 당의정(糖衣錠) 같은 음악이 이 밴드의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음악이 별로라고 할 순 있어도 이들의 라이브 실력까지 별로라고 하긴 어렵다. 3호선 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함께 방송 출연했던 다른 뮤지션들도 "데이브레이크의 라이브 실력만큼은 최정상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출중한 연주력이 없었다면 이들이 무명에서 3000석짜리 공연을 매진시키는 인기 밴드가 될 순 없었을 것이다.

"듣기 쉬운 음악이라고 만드는 것까지 쉬운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날 좋아하게 만드는 일이 어렵잖아요. 음악도 똑같아요." 인터뷰를 마친 이들은 곧장 연습실로 향했다. 동네 마실 가는 청년들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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