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한자를 알면 '명량(鳴梁)' 잘 보이지요

    입력 : 2014.08.18 03:04

    [17] 영화 '명량' 속 한자어들

    명량, 우는 소리가 나는 물길
    충파, 배 부딪쳐 적함 부수는 전법
    백병전, 적과 창·칼로 맞붙는 전투

    "포탄을 '조란탄'으로 바꿔라! 그리고 '백병전'을 준비하라."(이순신 장군) "'충파'다! 구선(龜船·거북선)이 돌아왔다."(김씨 노인)

    한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한 영화 '명량'의 대사에는 수많은 한자어가 등장하지만, 간혹 등장하는 자막이 빨리 지나가는 데다 한자 노출도 적다. 특히 젊은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것이 천행(天幸·하늘이 준 큰 행운)"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대사를 들은 관객이 인터넷에 "'천행'이 무슨 뜻이죠?"라는 질문을 올리기도 한다. 한자어를 제대로 알면 영화 '명량'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높아진다.

    '명량'은 '우는 소리가 나는 물길'

    제목 '명량(鳴梁)'은 영화의 내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좁은 해협의 명칭으로 '물살이 빠르고 소리가 요란해 바다가 우는 것 같다'고 해서 '울돌목'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자로는 '울다'는 뜻의 '명(鳴)'과 '물길'이란 뜻을 지닌 '량(梁)'을 쓰게 됐다.

    명량에 등장하는 주요 한자어 정리표

    이순신 장군은 이곳의 빠른 물살을 전투에 응용했다. 전투 전 김씨 노인과 함께 물살을 관찰하는 장면에서 "평상시 대조기 울음 때와는 달라졌습니다요"란 대사가 나온다. '대조기(大潮期)'란 '조수(潮水) 간만(干滿·간조와 만조)의 차가 가장 큰 시기'를 말한다.

    병사 오상구가 도주하다 잡혀 이순신 장군에게 베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막에는 이 병사의 직책을 '사부'라고 썼다. '사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무려 16가지 뜻이 나온다. 사부(師父)는 스승이고, 사부(私夫)는 샛서방이다. 여기서는 '활을 쏘는 군사'란 뜻인 '사부(射夫)'다. 비슷한 말로 '사수(射手)'가 있다.

    '초요기' '조란탄' '백병전'이란?

    전투 장면이 시작되면 "당장 '초요기'를 세우고 장수들을 부르겠습니다"란 대사가 나온다. 이때 '초요기'에 대해 '장수들을 부르는 명령기'라는 자막이 뜬다. '초요기(招搖旗)'는 글자만 보면 '흔들어서(요·搖) 부르는(초·招) 깃발(기·旗)'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깃발에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는 것일까? 북두칠성의 일곱째 별은 '어떤 적군도 격파한다'는 의미를 지녔고, 우리나라에서 지휘관의 깃발에 북두칠성을 그려 이를 상징했다. 이 '일곱째 별'의 이름이 바로 '초요(招搖)'다.

    '조란탄(鳥卵彈)'은 새알(조란)처럼 작고 많은 탄환이 한꺼번에 발사되는 무기다. 정밀한 타격이 필요하지 않을 때 쇠구슬을 수백 발 쏴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일종의 산탄포다. '백병전(白兵戰)'은 '적과 직접 맞붙어서 벌이는 전투'란 뜻이다. 여기서 '백(白)'은 '밝다', '병(兵)'은 '병기'란 뜻으로 '밝게 번쩍이는 창·칼 등의 병기를 지니고 싸우는 전투'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전투 장면 말미에 등장하는 '충파(沖破·衝破)'는 '배를 부딪쳐(충·沖/衝) 적함을 부수는(파·破) 전법'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전함이 일본 전함보다 단단했기 때문에 이 경우 왜군의 피해가 훨씬 컸으리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충파'가 아닌 '당파(撞破)'라고 해야 맞으며('撞' 역시 '치다' '충돌하다'는 의미), 명량해전 당시 이런 방식의 전술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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