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규모 세계 1위 보도의 진상

입력 2014.08.15 14:40 | 수정 2014.08.15 15:03

유고급 잠수정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78척으로 보유 척수 기준으로 세계 1위다!” 7월 28일 국내 언론들은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 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 파이어파워’의 자료를 재가공한 결과, 북한은 미국(72척), 중국(69척), 러시아(63척), 이란(31척)보다 많은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1위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4척과 16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잠수함뿐 아니라 이보다 작은 잠수정까지 포함하면 숫자상으로는 세계 최대가 맞다고 말한다. 보통 배수량 300t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잠수함, 그 미만이면 잠수정으로 분류한다. 국방백서 등 우리 군의 공식평가도 북한이 70여척의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보도와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이 보유한 70여척의 잠수함정 중 상당수는 잠수정에 가까운 소형 잠수함 또는 잠수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여척 중 잠수함으로 분류되는 로미오급은 20여척이고 나머지 40~50여척은 상어급 소형 잠수함(30여척), 연어급 및 유고급 잠수정(10~20여척)이라는 것이다. 상어급이나 연어급, 유고급은 특수부대 침투나 기뢰부설 등 침투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바다의 지뢰’로 불리는 기뢰는 유사시 우리 항구나 해상교통로를 봉쇄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상어급 잠수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7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300t 미만의 침투용 잠수정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데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70여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침투용은 은밀히 침투해 기뢰를 부설하거나 공작원이나 또는 특수부대원을 우리 대한민국에 침투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정상적인 전투를 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는 대부분 북한처럼 침투용 소형 잠수함이나 잠수정보다는 이보다 큰 잠수함 전력 증강에 치중해왔기 때문에 숫자상으로는 북한보다 적다.
   
북한의 잠수함으로는 로미오급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김정은이 이 잠수함에 탑승한 모습이 이례적으로 북한 언론에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 16일 김정은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 있는 마양도 잠수함 기지로 추정되는 제167 군부대를 시찰하고 잠수함에 직접 승선한 사진을 공개했다. 제167 군부대는 함경남도 낙원군에 자리 잡은 북한 동해함대사령부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 방송은 김정은이 잠수함 내부와 잠수함 함교에 올라 부대 지휘관들과 함께 전투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줘 처음으로 북한 잠수함 내부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잠수함 외부 선체 곳곳에 녹이 슨 모습도 나타나 로미오급이 노후했음을 재확인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어급 잠수정
로미오급은 1800t급으로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 중 가장 크다. 길이 76.6m, 폭 6.7m로 승조원은 54명이다. 로미오급은 원래 구 소련에서 1950~1960년대 건조된 구형 잠수함으로 프로젝트 633형 잠수함으로 불렸다. 디젤 전기추진 재래식 잠수함으로 연안 방어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중국에서는 이 프로젝트 633형을 033형이라는 명칭으로 1962년부터 1984년 사이 84척을 건조했으며, 현재 13척만을 훈련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로미오급은 이 중국제 033형과 이를 북한 내에서 건조한 것으로 구성돼 있다. 7척을 중국에서 직도입하고 15척을 1976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북한 내에서 건조, 총 22척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척이 침몰하는 등 현재 실제 운용 중인 것은 20척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533㎜ 어뢰발사관 8문과 어뢰 14발로 무장하고 있다. 건조된 지 오래됐고 소음이 크다는 게 단점이다. 한 해군 예비역 제독은 “북한 로미오급 잠수함은 ‘바닷속 경운기’라고 불릴 정도로 상당히 소음이 커 한·미 양국군이 신형 잠수함에 비해 비교적 쉽게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미오급 잠수함
때문에 한·미 양국군은 로미오급보다 작지만 침투용으로는 유용한 상어급 소형 잠수함, 연어급 및 유고급 잠수정을 더 위협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상어급 소형 잠수함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배수량 370t급으로 길이 35.5m, 폭 3.8m이고 최대 수심 180m까지 잠항할 수 있다. 533㎜ 어뢰발사관 2문을 장착해 필요할 경우 우리 함정 등도 공격할 수 있다. 북한군은 상어급을 확대 개량한 상어-Ⅱ(K-300)급을 개발했으며, 지난 2005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유고급 잠수정은 북한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정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90t급으로, 육대소리 조선소에서 주로 건조됐다. 1998년 6월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잡이 그물에 걸린 채 발견돼 유명해졌다. 10명가량의 특수부대원을 수송할 수 있고, 일부 함정은 533㎜ 어뢰발사관을 탑재한 것도 있다. 총 20여척이 건조됐지만 현재 상당수가 퇴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1998년 그물에 걸린 유고급 잠수정을 복원해 시험한 결과 중요한 소음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우리 군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줄 정도로 실내 공간이 좁아 인간적 배려를 하지 않는 북한만이 운용할 수 있는 잠수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연어급은 북한 잠수정 중 가장 신형으로, 2010년 3월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폭침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29m, 수중 배수량 130t 안팎으로 추정되며 533㎜ 어뢰발사관 2문을 장착하고 있다.
   
이란에 기술이 이전돼 ‘가디르’급 잠수정으로 20여척이 건조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 주변 수중환경은 잠수함정 탐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북한 잠수함정이 노후하고 작다고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며 북한의 대표적인 비대칭 위협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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