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일제의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를 미화한 영화 ‘영원의 제로’가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생존해 있는 가미카제 대원들은 이같은 미화에 대해 “미친 짓”이라며 우려했다.

가미카제에 배치됐다 일제가 항복하면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칸베 유타카(89)씨는 "가미카제를 미화하려는 생각을 절대 지지할 수 없다. 그건 미친 짓"이라며 아베 정부의 우경화와 일본 젊은 세대들의 전쟁에 대한 무감각을 우려했다고 AFP가 14일 보도했다.

칸베씨는 "나는 곧 죽을 것이라 큰 상관이 없지만 일본의 미래가 걱정된다“면서 "우리 지도자들이 모두 아베 신조 총리같다면, 일본은 다시 전쟁에 휘말려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미카제로 허망하게 죽어간 친구들을 평생 애도하며 살았다. 그렇게 친구들이 죽도록 내버려둔 것에 대해 후회하고 고통받고 있다"면서 "가미카제는 절대 미화해서는 안되며 다시 일어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앵화(벚꽃)'라는 암호명이 붙은 가미카제 분대에 속했던 전직 파일럿 아사노 아키노리(85)씨도 "우리가 왜 그런 명령에 따랐고 왜 죽어야 했는지 묻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당시는 ‘나는 가미카제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가미카제는 대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일제가 강제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아사노씨는 “가미카제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일본 젊은이들이 그 비극과 공포를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부속 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에서 한 관람객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의 자살 공격에 사용된 인간 어뢰 전시물을 보고 있다

가미카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패색이 짙어진 일제가 1945년 초부터 ‘천황을 위해 죽는다’는 명분으로 운영한 자살특공대다. 가미카제에 배치된 일본 파일럿들은 비행기에 500kg 정도의 폭탄을 싣고 미군 함정을 향해 자살폭격을 감행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17세에서 24세의 젊은이들로 대원 수만 1024명에 달하고 한국인도 11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우 성향의 작가 하쿠타 나오키는 지난 2009년 가미카제를 미화한 소설 ‘영원의 제로’를 내놓아 무려 350만부를 팔았다. 지난해 말에는 이 소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원의 제로’가 개봉돼 7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로 일본 시민사회도 빠르게 국수주의화, 우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영원의 제로’를 관람한 뒤 “가미카제로 희생된 파일럿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가족과 조국을 위해 희생했다”, "가미카제 비행사들은 쿨하다. 그들의 자살특공대 임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등 가미카제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