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 박찬호 전 메이저리거…. 이 네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기 분야의 '최고'로 자리 잡았다는 점, 그리고 한양대 동문이라는 점이다. 28만명에 이르는 한양대 동문은 최근 정·재·관계는 물론 사회·문화·체육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리더로 우뚝 섰다. 한양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문 활약으로 위상 껑충… 파워 엘리트 산실로 자리 잡아
한양대 동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곳은 바로 재계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공업경영),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통신공학),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전자공학)이 모두 한양대 출신이다. 정몽구 회장은 품질 경영의 깃발을 내걸고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명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키웠으며, 원래 미사일 제조 전문가였던 구자준 전 회장은 1999년 LG화재(지금의 LIG손해보험)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내 최고의 보험회사 CEO로 변신했다. 구 전 회장은 2012년 한양대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동문사회봉사단 '함께한대'의 초대 단장을 맡기도 했다.
윤부근 사장(통신공학)은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34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다. 삼성전자 TV사업을 세계 1등으로 이끈 그는 현재 생활가전 사업 1등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이들 말고도 재계에서 맹활약 중인 한양대 출신 CEO가 많다. 특히 국내 500대 기업 CEO 중 경영·경제학 전공자 다음으로 공과대학 전공자가 많은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공과대학에서 강세를 보여온 한양대 동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0개 그룹 91개 상장사 대표이사 125명 가운데 삼성테크윈 김철교(통신공학), 현대제철 박승하(금속공학), 현대위아 윤준모(재료공학), LG이노텍 이웅범(화학공학), 롯데손해보험 김현수(회계학), GS리테일 허승조(공업경영학), 한화 박재홍(기계공학) 대표 등이 모두 한양대 동문이다.
정계에서의 한양대 동문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경영)를 비롯하여 김정훈 전 국회 정무위원장(새누리당·법학), 4선의 추미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법학)이 한양대 출신 정치인의 대표 주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 의원(사학), 윤관석 의원(신문방송), 이춘석 의원(법학), 정호준 의원(사회학), 홍익표 의원(정치외교) 역시 한양대 동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양대는 많은 파워 엘리트를 배출한 것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 2월 나온 박근혜 정부의 파워 엘리트(청와대 및 정부 1급 이상 부처) 신상 정보 공개에 따르면, 한양대는 총 20명을 배출해 서울대(109명), 연세대(27명), 고려대(25명)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파워 엘리트를 배출한 대학으로 분석됐다. 장·차관급에서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기계),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신문), 김경식 국토교통부 제1차관(경제), 여형구 국토교통부 제2차관(건축공학) 등이 눈에 띈다. 청와대 1급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54명) 중에서는 홍남기 기획비서관(행정), 양성광 과학기술비서관(화공), 이재만 총무비서관(경영) 등이 대표적인 한양대 출신 파워 엘리트다.
체육계에서도 한양대의 동문 파워는 막강하다. 야구만 보더라도 박찬호 전 메이저리거(경영)를 비롯하여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이 모두 한양대 동문이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중이던 지난 1994년 미국 LA다저스에 입단,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기록인 통산 124승을 기록했으며, 2012년 11월 말 공식 은퇴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중심으로 여러 학과에서 내로라하는 사회·문화계 인사도 많이 나왔다. 연기자로는 최불암, 이병헌, 이영애, 강동원, 설경구, 송윤아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김상진·변장호 영화감독 등도 한양대 출신이다.
◇파이낸스경영 등 대표 학과에서 미래 성장 동력 키운다
28만명 동문의 힘을 확인한 한양대는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동문이 두각을 보이는 글로벌 금융 분야, 미래공학 분야, 스포츠산업 마케팅 분야, 소프트웨어 분야에 교육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유엔의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발표한 미래예측서 '유엔 미래보고서 2025'에서는 미래 유망 직업으로 브레인퀀트(Brain Quant·수학 모델로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사람)와 금융기술 전문가를 제시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과거 금융업계 종사자는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전공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다양해지는 금융 상품과 시장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면서 수학, 통계학은 물론 법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가 필요해졌다"며 "한양대가 최근 신설한 파이낸스경영학과와 보험계리학과는 이러한 전망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주목한 두 번째 분야는 무인 자동차 엔지니어, 그리고 로봇 전문가이다. 미래에는 환경, 에너지 문제와 맞물려 스마트 카, 그린 카 시대가 도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기술, 컴퓨터공학, GPS, 정밀 전자 제어 등 다양한 첨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로봇 분야는 산업, 의료, 우주, 해저에 이르기까지 응용·확대되고 있다. 고령화와 실버산업의 확대로 실버로봇 서비스 기획자, 로봇 감성 치료 전문가, 착용 로봇 개발자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양대는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여 대표학과인 미래자동차공학과와 로봇공학과에서 차세대 로봇공학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다. 국내에서 스포츠 콘텐츠 가치는 계속 높아져 연평균 11% 이상 성장해 30조원 이상 규모로 양적 발전하였다. 1000만 관객 시대로 접어든 프로야구는 물론 지난 런던올림픽에서는 비인기 종목도 고루 선전, 스포츠의 산업적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한양대 스포츠마케팅센터가 있다. 한양대는 앞으로도 스포츠마케팅센터를 통해 스포츠 비즈니스 분야의 질적 성장을 책임질 글로벌 전문 인력을 길러낼 계획이다.
IT 분야에서 한양대의 약진도 눈부시다. 최근 전 세계 IT 시장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그 한계에 부딪혀 점차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한양대 측은 "신기술 접목으로 급변하는 IT 기술 시장에 대처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터가 미래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며 "한양대 소프트웨어 전공, 융합전자공학부 출신 동문이 미래 IT 산업을 주도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