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경상수지(經常收支) 흑자는 왜 원貨를 강하게 못 만드나

  •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입력 : 2014.08.04 05:28

    올 상반기 黑字 392억달러를 부작용 큰 원화절상 방법 대신
    경기부양 통한 內需확대로 줄여 교역국·국제기구와 마찰 피해야
    원화 강세 막고 통일 재원 키울 海外 금융투자에 정책적 관심을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우리나라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고인 392억달러에 달했다. 원화로는 거의 40조원이니 상반기 정부 예산의 4분의 1 정도가 해외 교역에서 들어온 셈이다. 그럼에도 원화가 올해 더 강세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양적 완화 연내 종결과 연준의 금리 인상 위험 때문에 달러 강세가 예상되고, 금통위의 3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위안화·원화 시장 개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내(域內) 위안화 시장은 대(對)중국 수출의 위안화 결제 유도 및 중국과 홍콩으로의 위안화 투자 촉진으로 외환의 순유입을 줄이게 된다. 홍콩을 포함한 대중국 무역 흑자가 월 70억달러 정도의 막대한 규모이므로 위안화의 점진적 달러 대체는 외환시장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대만의 경우를 보면 2013년 2월에 위안화 시장을 개설한 이후 자국 통화가 3% 정도 약해졌다.

    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를 강하게 하지 않을까? 한국의 경우 둘의 연결 고리가 저출산 고령화로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1950~60년대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1980년대 이후 출산율 저하로 청소년 세대가 감소함에 따른 인구 구조의 노령화는 중·장기 잠재성장률을 감소시켜 국내 투자 유인을 줄이는 동시에 은퇴 대비 저축을 증가시킴으로써 환율 수준과는 무관하게 경상수지 흑자를 늘린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자본자유화 이전에는 자본 수지의 역할이 미미했으므로 수출입이 경상수지를 결정했고 인구 및 무역구조상 무역수지와 환율이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었으나 이제는 경상수지 흑자가 느는 만큼 자본 수출도 늘어나니 환율에 주는 영향이 적어진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고 또 중요하다.

    첫째, 이미 원화가 강해진 상태에서 추가 강세는 수출뿐 아니라 내수도 침체시킬 가능성이 많다. 원화는 이미 작년 평균 대비 7% 정도 절상된 수준인데 2005~2007년의 원화 강세기와 비교할 때 현재의 한국 경제와 세계경제의 환경은 열악하다. 세계경제는 회복하고 있지만 더디게 성장하여 올해 겨우 3.1% 정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비해 2005~2007년에는 거의 5%대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상반기 수출은 작년 대비 고작 3% 늘었고, 원화 강세 때문에 수출 매출은 원화로 보면 4% 정도 감소했다. 더구나 해외 생산이 많은 일부 전자 및 자동차 관련 대기업을 빼면 대다수 수출 기업의 경영 환경은 훨씬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 원화 강세는 성과급 삭감이나 부품 공급자, 외부 용역업체, 비정규직에 대한 원가 절감 압력을 야기함으로써 수출은 물론 내수마저 침체시킬 수 있다.

    정부는 불공정 경쟁 행위를 억제하도록 노력하겠지만 매출이 감소하는 수출 기업의 자구 행위까지 규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2005~2007년 원화 강세기의 코스피 상장사 실적을 분석해 보면 수출 기업의 수익성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내수업종의 수익성도 시차를 두고 악화됐다. 당시는 수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하면서 원화 강세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매출이 늘던 때였고, 주요 내수업종인 건설·부동산·금융업은 환율과 무관하게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음에도 부작용이 그 정도였으니 지금은 원화 강세 부작용의 체감 정도가 훨씬 클 것이다.

    둘째,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확대를 통해 줄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적정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산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인구의 고령화가 유례없이 급속히 진행될 뿐 아니라 향후 있을 수 있는 막대한 통일 비용의 준비금 축적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역 상대국이나 국제기구와의 마찰을 줄이려면 GDP 대비 6%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흑자는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이는 통화·금융·재정 등 경기부양책을 통한 내수 확대로 해결해야지 원화 절상은 부작용이 너무 많고 효과도 의심스럽다. 원화 절상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내수 침체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축소 균형을 통해 오히려 흑자 규모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해외 금융 투자는 국부(國富) 확대라는 차원에서 정책적 관심이 더 있어야 할 것이다. 해외 금융 투자는 인구 고령화와 투자 다변화의 필요에 따라 생기는 구조적인 추세이며 과도한 원화 강세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이는 또한 향후 통일 재원의 해외 축적과 효율적 운용이라는 측면도 있으므로 해외 투자의 위험을 잘 관리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국부 창출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1970~80년대 정부에서 매년 수출 우수 기업을 표창해 수출입국이라는 정책 홍보 효과와 추진력을 극대화했듯이 이제는 해외 금융 투자 우수 기관을 표창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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