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머리' 타고난다고? 소리만 안 질러도 똑똑해진다

조선일보
입력 2014.07.26 03:02

학습 방해의 결정적 요인은 분노·두려움… 부모의 신뢰에서 자녀는 자신감 얻어
만다라 색칠놀이·영화놀이 등 학습법 제시

'프랑스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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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엄마처럼|오드리 아쿤·이자벨 파요 지음|이주영 옮김|북라이프|240쪽|1만4000원

그 밥에 그 나물인 경우가 허다했다. 시중의 자녀 교육서들 말이다. 일류대 보낸 성공담 아니면 인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뻔한 말씀, 둘 중 하나다.

이 책을 집어든 건, 띠지에 적힌 한 줄 문장 때문이다. '왜 프랑스 엄마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랄까. 사흘이 멀다 하고 아파트 앞동, 뒷동에서 들려오는 '애 잡는' 소리는 한국 교육의 치부를 보여주는 진풍경이다. 카피란 늘 과장된 것이지만,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프랑스 역시 우리만큼 치열한 경쟁사회이고, 학창 시절부터 성적 경쟁이 심해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우울감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공교육 탄탄한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유럽에서 사교육 시장이 가장 번성한 나라다. 부모들 최대 관심사가 자녀의 성적이고, 학습량이 많은 데다 무조건 빨리 지식을 습득해야 하니 상담소를 찾는 아이들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단다. 한국과 흡사한 현실이다.

각각 아이 셋, 넷을 둔 엄마이자 심리상담 전문가인 두 저자는 10년간의 상담 경험을 토대로 고안해낸 '긍정교육법'을 제시한다. 이들은 교육에 대한 비논리적이고 잘못된 믿음부터 버리라고 주문한다. 대표적인 것이 '거저 얻는 것은 없다' '목표를 이루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식의 유대 그리스도교식 교육관념이다. "배우기 위해 고생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배움이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워야 한다는 구도 속에 내 아이를 가둬버릴 확률이 높고", 아이들을 지레 주눅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부가 어렵고 고통스러운 건 "머리로만 배우려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엔 귀가 솔깃해진다. IQ만큼이나 몸과 오감을 활용해 집중하는 행동이 기억력과 이해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교과서에서 빠져나와 시각, 청각, 후각을 활용해 머릿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담게 해준다면 이해력이 높아져 공부에 훨씬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내 아이가 지식을 습득할 때 어떤 감각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감정 상태도 주의력과 기억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중 두려움과 분노는 학습을 방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도 못 풀어?" "멍청이!" "넌 왜 이 모양이니?" 같은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부모 밑에서는 결코 우등생이 나올 수 없다.

아이 눈높이로 몸을 낮춰 함께 놀고 있는 프랑스 엄마.
아이 눈높이로 몸을 낮춰 함께 놀고 있는 프랑스 엄마.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랑스럽고 믿음 어린 눈빛에서 최고의 자존감을 얻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공부에 위축된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면 이와는 정반대로 하면 된다. ▲충동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질 것 ▲조그만 결정도 아이가 직접 하게 기다려줄 것 ▲결과가 미덥지 않아도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할 것 ▲"소리 지르지 마"보다는 "좀 더 조용히 말해보렴", "뛰지 마"보다는 "걷는 게 낫겠는걸" 하면서 긍정언어로 말할 것 ▲"너 못됐구나" 대신 "동생을 괴롭히는 건 나쁜 행동이야"처럼 아이 자체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지적할 것….

지나치게 낙천적인 두 저자는 '모든 아이는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프랑스 교육학자 앙투안 드 라 가랑드리의 슬로건까지도 인용한다. 공부 머리는 타고난다고 믿는 한국 부모들 가슴엔 그리 와 닿지 않는 문구지만, 만다라 색칠놀이·대칭축놀이·영화놀이 등 이들이 제시하는 집중력·주의력 높이는 방법들은 시도해볼 만하다. 공부 습관을 들이기 위한 타이머 사용법, 하트 방법도 그럴듯하다.

결론은 기적의 학습법이란 없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부터 한 발짝씩 나아갈 것.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부모의 신뢰어린 눈빛에서 아이는 무엇보다 강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는다"는 문장이 '불량 엄마'의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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